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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5분의 기적 – 비밀의 열쇠, 기도

        5분의 기적 -비밀의 열쇠, 기도
           

        저의 친정 아버지는 양반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오신 분이셨습니다.
        아버지께 가장 중요한 것은 가문과 조상에 대한 공경심, 그리고 남다른 형제애
        그것이 당신의 전부였기 때문에 성당을 다닌다는 것은
        조상을 거부하는 것이라 여기시며 열심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와 저희 가족들을 아주 못마땅 해 하셨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일어나시기 전 이른 새벽,
        촛불을 켜시고 조용조용 묵주기도를 바치시고 새벽미사를 다녀오신 뒤,
        아침 식사 후, 또 아침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치셨고
        노인정에서 돌아오시는 오후면 또 기도를 시작하셨는데
        아버지께서는 하루종일 어떤 여자 앞에서 중얼중얼대는 그런 어머니를 보시며
        예수쟁이…하시며 혀를 끌끌차곤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버지만은 절대 성당에 나가지 않으실 것이라
        모든 가족들이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기에
        아무도 아버지께 하느님을 소개 해 드리지 않은채
        몇십년을 두분은 그렇게 사셨습니다…

        어느날, 제가 퇴근 후 친정에 들렸다가 어머니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촛불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고 계신 어머니 등뒤에 아버지께서는 혼자서
        화투점을 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기도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살짝 문을 닫으려던 저는, 저도모르게 그만 킥!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성모송 장단에 맞추어 아버지의 몸이 좌우로
        살짝살짝 함께 흔들고 계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기도 중 숨이 차신 어머니께서 잠시 기도를 멈추시면, 아버지께서도 잠시 멈추셨다가
        다시 어머니의 기도 가락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하시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어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습니다.

        제 친정아버지는 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가 되자, 어머니께서는 걱정을 많이하셨습니다.
        어머니 당신은 성당묘지에 교우들과 함께 묻히고 싶은데,
        아버지는 절대 선산을 고수하실터이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고 하셔서,
        제가 아버지와 조용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걱정도 말씀드리고,
        아버지께서도 돌아가시기 전 대세를 받으시면 어떻겠느냐고 여쭈었더니
        세상에… 놀랍게도 아버지께서는 기다리고 계셨다는 듯 순순히 그러겠노라하셨습니다.
        그래서 행여 아버지 마음이 변할새라 삼촌들과 친지들,
        그리고 문중에도 알려 선산 묘는 준비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날 아침일찍, 성당묘지 연락을 받으신 작은아버지께서
        대구에서 올라오셨는데, 친정에 들어오시자 마자 소리부터 지르셨습니다.
        이 예수쟁이들이 도대체 무슨 작당들을 꾸몄길래, 형님이 그런 결정을 하셨느냐며
        다 죽어가는 노인에게 협박이라도 한 것이냐며 노발대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동생을 아버님이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동생…. 미안허이… 자네가 내 대신 선산을 지켜줘야겠어…
        선산 앞뒤 함께 묻히자했던 자네와의 약속 못 지켜 미안허이, 참말 미안허이…

        남다른 애틋한 정을 가진 노인 형제 두분이 서로 깡마른 손을 꼭 잡고 흐느껴 우시자
        온 집안은 그야말로 울음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임종하시기 며칠 전부터 자꾸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얘야… 내 이름이 뭐라그랬지?

        요한이요. 아버지 이름은 요한이에요.

        요한… 아버지께서는 익숙치 않은 이름을 몇번이나 되뇌이면서
        기억하려고 애를 쓰고 계셨습니다.

        며칠 후 새벽,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친정으로 달려가니
        아버지는 벌써 운명하신 뒤였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귀에 대고, 제가 소리쳤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은 요한이에요.
        예수님 만나시면 저 요한입니다…하셔요. 아셨지요?

        제 말이 끝나자 돌아가신 아버지의 두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루륵 흘러내렸습니다.
        눈물을 닦아드리며, 걱정하지 마시라고, 예수님께서 함께하실 것이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시고 잘 가시라 인사드렸습니다.
      
      며칠전 요즘 뒤늦게 예수님과 깊은 사랑에 빠진 남편 미카엘에게 제가 
      당신의 변화가 너무 신기하다고 했더니 씩 웃으며 말하더군요.
      아침 잠에서 깨어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당신 뒷모습이었다며 
      그 오랜 시간 그 뒷모습이 그저 무심하기만 했겠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친정 어머니의 조용조용한 기도 소리는 
      굳게 닫힌 아버지의 문을 여는 비밀의 열쇠였으며
      고요함 가운데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하느님의 빛을 반사하여 아버지의 얼음같은 마음을 녹여주는
      신비의 거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기도하는 모습은 그 모습만으로도 다른이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기고 큰 영향을 줍니다.
      작은 물방울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내듯이
      인내롭게 지속되는 기도는 모든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기도하지 않는 상대를 질책하고 원망하기 보다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 마음의 열쇠를  당사자가 아닌
      배우자인 내게 주셨다 생각하시고 기쁘게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조용조용한 기도소리와, 환한 촛불의 빛이
      알게모르게 당신 가족들의 꽁꽁 언 마음을 
      언젠가 봄날처럼 녹여낼 것이라 믿으시고
      9시 55분, 잊지마시고 우리 함께 기도해요…
      
      강복과 축복 주시는 모든 성직자분들과 수도자분들께는
      모든 인간적인 어려움과 유혹에서 흔들림없이 굳건하시기를 기도드리며
      우리님들 가정가정엔 주님의 크신 은총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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