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rayer_contemplation 차 신부님의 사순절 묵상집 – 사순 제4주간 금요일(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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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축제 속에 숨겨진 어둠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광장을 가로지를 때마다 자신의 뒤를 따르는 하인을 하나 두었다. 그는 사람들이 모두 칭송할 때마다 그 하인에게 이렇게 말하게 시켰다. “당신은 평범합니다. 당신은 평범합니다.” 이것은 남의 칭송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살아가기 위한 그만의 비법이었다.

      초막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9일에 걸쳐서 지내는 전통적인 축제일이다. 추수감사에 대한 기쁨을 덧붙이기도 했는데, 이날은 이집트로부터 탈출하여 긴 여정을 걸쳐 약속의 땅으로 옮겨간 것을 기억하는 대표적인 축제일이었다. 그러기에 모든 사람들은 기분 좋게 들떠있었고 부족들 사이도 잔치를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 나타나시자 약간은 어수선한 소용돌이가 일어나게 된다. “예루살렘 주민들 가운데 몇 사람이 말하였다. ‘그들이 죽이려고 하는 이가 저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보십시오. 저 사람이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하는데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최고 의회 의원들이 정말 저 사람을 메시아로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메시아께서 오실 때에는 그분이 어디에서 오시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터인데, 우리는 저 사람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요한 7,25-27)라고 술렁인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런 평판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신다. 실제로 그분의 적들은 성전 안에서 가르치고 계시는 그분을 체포하지 못하였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언젠가 예루살렘에서 당신의 적들의 손에 체포되고, 고문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상황들이 그분을 알기 위해 운명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분의 죽음은 결코 마지막 단어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 그분의 것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그분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은 그분과 함께 죽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분의 영광된 부활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든 고통과 수난을 당하면서 죽기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피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쉽게 죽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바라신 것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죄를 속량하고 우리가 다시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정해진 뜻이었다.

      이렇듯 기쁨의 축제를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드리워지는 어둠을 깊이 바라보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웃음 뒤에 살기등등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주님의 축제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세상의 모습 속에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빛을 전하기 위해서다. 여러 차례 지혜에 대해서 전해주는 성경의 말씀처럼 예수님은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도전을 받아들이셨고 박해받으셨다. 그것은 세상의 어둠을 벗기고 진정한 축제의 기쁨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기도)

      주님,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의 선물에 대하여 얼마나 큰 감사를 드려야 하는지 바라보게 하소서. 모든 다른 선물들은 그것을 향해 흐르는 지류와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다시 거두어 가시지 않으십니다. 당신은 오히려 당신의 영원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당신을 내어놓으신 분이십니다. 주님, 저희도 당신의 모습을 닮아 어둠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신의 생명을 살아가게 하소서.


      “자기 말로 하느님께서 돌보신다고 하니 그에게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지혜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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