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rayer_contemplation 차 신부님의 사순절 묵상집 – 사순 제3주일(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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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뻔뻔하지만 열망이 있는 제자


      오늘 등장하는 한 여인은 대단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이미 여러 명의 남자와 함께 살았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알면서 유다인인 한 남자에 대해서 비아냥거리듯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 사마리아 여인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하기에도 염증이 나있는 이방인 여인이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얘기하는 분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그녀의 뻔뻔함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어려운 분들은 한국말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아줌마’를 떠올려도 될 것이다.

      평소에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사마리아 여인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예수님이라는 존재가 자신의 모습을 밝히 드러내는 순간 모든 것들이 쓰러져 내리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자기 삶의 모습 때문에 동네에서 내놓고 다니지 못하였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좀처럼 다니지 않는 정오에 우물가에 나와 물을 길었던 것이다. 더 이상의 군중들과 비난하는 소리를 피하기 위해서 그녀는 ‘대낮의 어둠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내 삶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자. 대낮의 타는 목마름을 느끼는 한 여인의 모습처럼, 내 생활에 대하여 지치고 도망치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가? 예수님께서도 유다를 떠나 다시 갈릴래아로 가실 때 사마리아를 지나가시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시기 질투로 지치셨다는 것을 기억해보면서, 나 자신의 삶에 혹은 타인의 삶에, 공동체의 삶에 이런 느낌을 느낀 적은 없었는가? 사실 주님을 따른다고 말하는 우리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뻔뻔한 모습으로 혹은 신앙인의 자세와는 무관하게 살아가는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냉담하며, 주님께 원망을 하는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 진정한 삶을 찾아 나서려는 한 여인의 삶이 수렁에 빠져 힘들어하던 모습처럼 지쳐있을 때 예수님께서 이야기를 걸어오시는 것이다.

      그 여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도와주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는 나의 모습을 차분히 가라앉히게 도와준다. 마실 물을 청하는 사람이 가져온 선물을 깨닫는 다면 네가 오히려 나에게 물을 청하였을 것이라는 말씀을 나는 어떻게 듣고 있는가? 두레박도 없는 사람이 물을 준다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그분께 대한 온전한 신뢰를 둘 수 있는가? 그러나 차츰 희망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그 여인은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게 된다.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요한 4,25). 정신이 맑아지다 못해 영혼이 울리는 소리를 접하게 된다. 그 여인은 예수님을 따라 다니는 대부분의 제자들처럼 멍청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녀는 올바른 질문들과 대답을 들으려는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참된 진리를 말씀해주신다. 이로써 그 여인은 전적으로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사마리아 사람들 가운데 첫 번째 제자가 되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이것이 점심보다 훨씬 낫구나!’



      (기도)

      빛이 가득한 정오에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제가 당신의 빛 속으로 더욱 나아가게 이끌어 주소서. 당신의 말씀을 귀담아 듣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소서. 우리의 인간관계 속에서 더욱 주님의 사랑을 증진시키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게 도와주소서.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요한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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