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ission 주님께서 내게 나타내신 세가지 은총–함께 나누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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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주님께서 내게 나타내신 세가지 은총

      저는 오늘, 돌아 가신 저의 어머님에 관한 말씀을 적고자 합니다.

      우리 자식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어머니의 사랑 저 깊은 곳에는 세상 어느 사랑보다도 애틋한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이 돌아 가신 후에야 왜 진작에 좀더 잘 해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와 함께 지난 일 들을 돌이켜 보며 슬퍼하고는 합니다. 그 슬퍼 한다는 것도 사실은 자기 자신이 슬퍼서 그런 것이지, 이미 돌아 가신 분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부모님께 효성이 지극하다는 분 들에 대한 말씀도 주위를 통하여 많이 듣게 되지만, 우리 자식들은 보통,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그 당시에만 마음이 조금 움직여 지는 듯 하다가는 항상 제자리에 돌아와 있고는 하는 것 입니다. 마치 나의 어머니는 평생 늙지도 않으시고 어디 편찮은 데도 없으실 것 같은 착각과 게으름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매일매일 그 날 해야 할 일에 대하여 나열 되는 스무 가지나 되는 내용 어느 구석에서도, 무슨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자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진정으로 생각 하면서 쓰여있던 내용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옛날 우리 어렸을 적, 밥상 머리에 앉아 숟갈 위에 받아 먹던 맛있는 반찬들, 맛이 없다고 하는 엄마는 참 이상하기도 하다면서 그저 받아만 먹었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의지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저 내 일이 항상 먼저 인 것으로 굳어져 들 있는 것 입니다. 마치 우리가 숨 쉬는 공기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듯, 우리 자식들은 모두들 그렇게 부모님들을 의지하여 자라났고 그런 우리들은 커서도, 부모님께 대해서는 마음만 앞서고 항상 자기 일들이 우선 인 것 같습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세상 일은 모두가 내 탓인 것인데, 우리들은 아직도 마음 속의 많은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그저 믿고 의지 하다가 기회를 놓치게 되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항상 내 자신만을 먼저 생각 하다가 후회 하게 되는데, 바로 그러한 일이 저에게 일어난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부모님께 효도하는 흉내도 비슷하게 내어보지 못하고 어머님을 이렇게 떠나시게 한 자식으로서 어떠한 말로도 변명 할 수 없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세상에 오직 한 분 뿐이셨던 어머님이신데, 그 소중한 어머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로서라도 잘해 드리지 못했던 저는, 이제 남은 여생 죽을 때까지 회한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자식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화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많이 쇠약 하시어 병원에 입원 하신 어머님을 지난 며칠 간간이 찾아 뵙고는 하였는데, 제 자신 어머님을 한 번이라도 충실하게 모셔보지 못했던 부족하기만 자식이었기 때문에 그날 따라 제 딴에는, 얼마 동안이 되더라도 어머님 생전에 어머님 곁에서 같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낮 일을 마치고 난 후 저녁시간에는 병실에서 어머님과 같이 있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도, 제가 어머님 곁에 앉아 손을 잡아 드리면 어머님께서는 잠시나마 편하게 주무시고는 하셨고, 또한 저로서는 그 동안 자주하지 못했던 어머님과 같이 있는 시간이 죄송스럽고 좋기만 했기에 언 뜻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 날 저녁, 어머님께서는 가끔은 눈을 뜨시고 의식이 있으셨으나 워낙 기력이 없으셔서 말씀은 거의 하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숨 쉬시는 소리도 간간이 약해지시고는 하여 걱정도 되었지만 자꾸 어머님을 깨울 수도 없고 해서 저는 내내 어머님 숨쉬는 가슴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님 곁에서 성경을 읽으면서 힘없이 누워계신 어머님을 뵐 때마다 지난날의 모든 회한에 목이 메었지만, 어머님을 위해서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그리고 이 자식과는 분명 그리 오래 시간을 같이 하지 못 하실 것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그 날 밤 늦게, 병실 구석 침대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안 해 보던 짓을 하려니 새벽녘이라 춥기도 하고 이 곳 저 곳이 결리기도 하였지만, 어머님도 저렇게 편찮으신데, 자식이 이런 것 가지고 힘들어 할 것이 뭐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뒤치락 거리다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 날 아침, 회사에 출근 하려고 어머님께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말씀을 드릴 때만해도 저는 그저 어머님이 기력만 없으시려니 하는 생각이었고, 자리를 떠나는 저에게 어머니께서는 힘없이 손을 내 저으시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게 뭐 그리 추웠다고 아침에 집에까지 들려서 저녁 때 껴 입을 옷 들을 주섬주섬 챙겨 가지고 회사로 출근 하였습니다. 그 날 수요일 저녁이었습니다. 밖의 일을 마치고 나서 회사에 들어와 꾸려 놓았던 옷 꾸러미에 성경 책을 넣고 어머니 계신 병원으로 출발 하려고 하는데, 안 사람이 제게 놀라지 말라고 하며 어머님이 돌아 가셨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무슨 쇠망치 같은 것으로 맞은 것 같은 충격에 그저 멍 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어제 밤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그렇게 제 자신에게만 위안이 되어, 오늘도 어머님 곁에 머물면서 내일 아침도 오늘 아침에 했던 것 같이 어머님 깨워서 잘 다녀 오겠다고 말씀 드려야지 하는 생각 밖에는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제 옆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껴입으려고 하였던 옷 가지들과 그 안에 넣어 놓았던 성경책이 갈 곳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제게 빛처럼 스쳐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 것은 바로, 어쩌면 이 못 난 자식이 어머니의 가실 길을 재촉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어머님 곁에 있으면 어머님께서 좀 더 편하게 주무시지 않을까 하고 그 저 제 생각 만을 하면서 보낸 밤이었지만, 그 날 어머니께서는 막내 아들이 밤새 뒤척이는 것을 아시고 계셨고 당신께서는 그러한 당신의 자식이 힘 들어 하고 뒤척이는 것을 다음 날에는 다시 보시고 싶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어머님께서는 실로 이 자식을 위하여 마지막 생명의 끈을 놓으셨던 것입니다. 빛처럼 스쳐갔던 그 느낌은 바로 주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저를 일 깨워 주셨던 것 이었습니다. 그 것은, 마지막 길을 떠나시는 어머님의 못 난 자식에 대한 마지막 사랑이셨으며 또한 주님의 깊으신 배려 이셨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제 어머님의 간곡한 마지막 소원을 허락 하시었고, 그 주님께서는 제게 성령을 보내시어 마지막 생명의 끈을 놓으시면서 까지 못난 자식을 사랑하셨던 어머님의 가 없는 사랑을 일 깨우쳐 주셨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그렇게 굳게 믿는 이유는, 당시 그 곳 병원에서 제 어머님을 돌 보시던 의사들 모두가 저희 어머님의 건강 상태에 대하여, 기력은 없으시지만 지금 상태로 보아서는 어머니께서는 아직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였던 것을 제가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옛날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아련한 기억으로, 가까운 분들에게 한복을 곱게 만들어 주시고는 하셨던 나의 어머님, 항상 남의 마음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자식들을 가르치던 나의 어머님, 이제 저에게는, 그 어머님의 모든 것들을 기억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인간적인 슬픔이 크게 남아있지만, 그러나 지금 내 안에는, 주님께 드리는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 가신 그 날, 저는 주님의 인도로 어머님의 끝없는 사랑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되었으며 제 자신은, 이 세상에서 그토록 가장 깊은 어머님의 사랑을 받은 자식으로서 크게 받은 자가 되어, 많이 나누어야 할 주님의 자녀로서 쓰임을 받게 될 것을 굳게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저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주님의 깊으신 또 하나의 은총은, 저의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한 자리에서 수녀님의 말씀을 통하여 알게 된 것인데, 주님께서 당신의 품안에 저희 어머님을 안으신 날이 바로 성모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던 바로 그 날이었던 것입니다. 제가, 비록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되더라도 제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변함없이 주님의 뜻하심을 따르고자 노력하는 것은, 주님께서 항상 저를 일 깨워 주시고 또한 이처럼 제가 알지 못하고 있는 일에도 사랑의 손길을 내어 주시고 계시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렇게 못 난 자식을 마지막까지도 그렇게 사랑 하셨던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그 어머님의 뜻을 헤아려 주신 주님, 저를 가장 낮은 곳에 있게 하여 주신 주님의 가 없는 베풀어 주심에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어머님 당신께서는 평화와 사랑이 있는 하늘 나라에서, 이 부족한 자식이 주님으로부터 크게 쓰임 받는 모습을 지켜보시리라고 믿습니다. 어머님 감사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 큰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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