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rayer_contemplation 재의 수요일 / 타서 재가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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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타서 재가 되도록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왜 교회는 사순절을 시작하는 수요일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할까?
        이왕이면 산뜻한 이름,
        예를 들어 “은총의 수요일”,

        이렇게 이름붙이면 안 될까?

        그제는 신문을 읽는데

        여성들끼리 대담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한 여배우가 진보진영에 대해 따끔한 한 마디를 하였는데
        “찡그리고 분노하는 사람 곁에는 아무도 가고 싶지 않다.”는
        너무도 지당한 말에 뜨끔하여
        저도 우리 교회도 이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고,
        우리의 사순시기도

        너무 어둡기만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저의 육신의 형제들은

        늘 저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데,
        저보고 늘 하는 얘기가 사람들을 만나면
        손도 잡아주고 제발 좀 자주 웃어주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살 땐

        거기 풍습이 만나면 포옹하며 인사하기에
        저도 잘 웃고 포옹을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딱딱하고 심각한 저로 바뀌었습니다.

        저뿐이 아닙니다.
        신자들도 비슷하여 처음 성당에 온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내가 오는 것을 싫어하나?”하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다 성당에서 노상 하는 얘기가 십자가이고
        도저히 천국과 은총을 살아가는 사람들 같지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처럼 단식하며 오만상을 짓고,
        우리는 십자가로 은총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삶만 살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 주님의 십자가와는 달리
        우리의 십자가는 사랑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십자가는 형틀일 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십자가가 타서

        재가 되도록 사랑하는 것이면 은총이 될 것입니다.
        그 재가 그저 有가 無로 돌아가는 虛無가 아니고
        뜨겁게 타버린 사랑이라면 재도 은총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재의 수요일에,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씀을 들으며
        단지 인생의 허무함만을 마음에 새기지 않고
        어차피 허무로 돌아갈 육신을 불태워
        사랑이 되자고 마음 다지는 날이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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