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ission 어둠 속의 보속–함께 나누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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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이 글은,
      예비 신자가 실제로 경험하였던 이야기입니다. 영세를 받기 전, 성령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때에 그에게 일어났던 성령 체험에 관한 내용인데 우리는 이 글을 통하여,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사 속에서 자칫 생각 없이 범하기 쉬운 많은 잘못들이 결코 그저 지나칠 수 만은 없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글은, 나의 일을 항상 우선으로 하는 우리들의 세속적인
      신앙생활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든 크리스찬 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거룩한
      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어둠 속의 보속


      어느 해인가, 8 15일이었습니다. 그 때 나는,
      주 동안을 계속해서 다른 주에 출장 중이었는데, 그 바로 전 주일날에는 다행히, 고객과의 약속 시간과 겹치지 않아 동 북부 지방에 있는 한 한인 성당에서 대 미사에 참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날 미사에서는, 다음 주 중에 성모님 승천 대축일이 있으니 모든
      신자들은 빠지지 말고 꼭 들 참석하였으면 좋겠다는 신부님의 당부도 있었습니다. 또한 그 날 따라, 신자들의 기도 중에 여행자들을 위한 기도가 있어, 하느님께서는 나를
      잊지 않으시고 잘도 챙겨 주시는 구나 하는 생각에 한 편 흐뭇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당시는, 잦은 출장 등의 핑계로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겠습니다.”라고 아침마다 주님께 드리는 계명기도가 그저 입버릇만으로 익숙해져 있었던 때였습니다. 심지어는 일을 앞세워, 주님, 저는
      그나마 타지에 나와서도 미사 만은 꼭 참석을 하오니 비록 제가 주일 날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주님께서는 그리 아시고 좀 봐주십시오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날 8 15일 성모님 승천 축일 당일에도, 고객과의 약속만 하지 않았었으면
      사실 아무 일도 안 일어났었을 터인데, 급한 마음에 약속을 턱 해놓고 보니, 다음날 새벽 녘까지는 꼼짝없이 장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던 것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그 때의 일은 피치 못할 약속이기 보다는
      나의 일 욕심 때문에 그 날 저녁의 계획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내일은 성모님 승천 축일이니 반드시 가까운 성당을 찾아 미사에 참여 하겠다고 제 자신에게 철석같이 다짐했었지만, 역시나 나는, 이런 상황이 항상 있는 일은 아니니까 이 번만은 예외로
      하고 다음부터는 꼭 빠지지 말고 축일 미사에 참여를 하겠다고 변명하면서, 욕심을 내어 내 스스로가 만든
      세상의 약속을 모든 것의 우선에 두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그 날 15
      당일 저녁부터 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끼니도 거르고 운전을 하고 가는데, 다른 때 같으면 그냥 견딜 만도 하였을 터인데 그 날 따라 유난히 시장기가 닥쳐왔습니다. 시계를 보니 갈 길은 아직 먼데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해서, 따뜻한
      음료나 하나 사가지고 비상용으로 갖고 다니던 통조림이나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간이 매점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곳은 산세가 험한 산악 지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작은
      식품점이나 편의점이 달려있는 주유소 같은 곳은 아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가서야 겨우 찾아낸
      곳은, 수송 트럭들만이 잠깐 쉬었다 가는 곳이었는데 그나마 내게는 잠깐이라도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라
      다행이었습니다. 남 보기에도 그렇고 해서 한 쪽 구석에 차를 세워놓고 주위를 보니, 이미 날은 벌써 어둑해지었고 차 트렁크에 넣어 두었던 참치 통조림을 꺼내 먹기에는 분명, 최적의 때와 장소는 아니었지만 나는 바쁜 발길에 후딱 먹고 떠날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통조림을 찾아 뚜껑을 열려고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통조림이 잘 안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언제나 유용하게 쓰였던 깡통
      따개가 그 날 저녁에는 어쩐 일인지, 미끄러지기만 하고 뚜껑 턱에 잘 물려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요즘같이 모든 것이 자동화 되어 만들어지는 제품에 무슨 하자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다른 통을 꺼내어 시도를 해 보았지만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 결국은 여기
      저기 구멍만 내다보니 양 손은 온통 참치 국물로 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음식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먹을 때는 좋아도 냄새는 별로 환영 받지 못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생선으로 만들어진 음식인데, 그 날 따라 웬 비린내는 그리도 나는지, 깡통 따개가 날이 다 낡았는가
      보다고 중얼거리며 세 번째 깡통만은 잘 해야겠다고 정신을 집중해서 다시 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는 반쯤 따고 나서는 손 끝의 힘이 빠졌는지, 그만 미 끌
      하더니만 깡통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그냥 놔두었으면 될 것을,
      안 놓치겠다고 그 것을 잡으려고 하다가 결국은 깡통 속의 국물이 바지위로 옴팍 다 쏟아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하느님, 아니
      이게 웬 날 벼락입니까, 잘 먹지도 못하고, 더구나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러 가는 것인데 왜 제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시간은 바쁜데 이
      냄새 나는 바지를 입고 얼마나 더 운전을 하고 가야 하는지, 이 곳이 제대로 된 휴게소였다면, 바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손이라도 빡빡 씻으면 좋으련만, 도대체 계산이
      잘 되지를 않았습니다. 아무튼 무슨 일 하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나는 기분이 엉망이 된 채, 다시 운전을 시작 하였습니다. 예기치 않게 낭비된 시간을 따져보니,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은 거의 새벽 두 시경이나 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한 무능력한 인간은, 참치 국물로 찌
      든 바지를 입은 채, 이보다 더 큰 일이 일어 날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고 두 눈을 부릅뜨고 운전에만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꾸불 꾸불한 산골 지역을 오르내리며 한 참을 가다가 계기판을 보니 휘발유의 눈금이 1/5 정도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드디어 험준한 지역을
      벗어나는 듯 하였고 주유소와 휴게소의 싸인판 들이 띄엄띄엄 눈에 띄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다가 기름을 넣고 따뜻한 물로 손도 좀 씻고, 따끈 따끈한 커피나 한 잔 사 가지고 가면서 마셔야
      겠다고 생각하니 그런대로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자동차
      앞 엔진쪽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더니만 멀쩡히 잘 가던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는 것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이렇게 외진 곳에서, 예기치 않게 생긴 일에 나는 저으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는 속력을 잃기 시작 하였으며, 차를 갓 길쪽으로 세우려고 하였지만
      자동차의 핸들은 이미 뻑뻑해져 있었습니다. 무서운 속력으로 뒤에서 달려오는 차들을 피하려고 젓 먹던
      힘을 다해 가까스로 차를 옆길에 세우고 나니, 비록 큰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차가 심하게 요동을 치는
      듯 하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불안한 마음이 먼저 앞서는데, 나는 이런 일이 처음인 지라 당황도
      되었지만 어둠 속에서 굉음과 함께 지축을 흔들며 차 옆을 씽씽 지나치는 트럭들은 마치,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거대한 쇳덩어리들 같았습니다. 차를 세운 곳이 모퉁이 길의 좁디 좁은 갓 길이어서, 강한 바람과 흔들리는 차체로 인하여 차 문마저도 열기가 힘든 상황이기는 하였지만, 마음을 조금 안정시키고 나니, 우선 갈 길이 걱정이었고 또한 내
      일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한데 과연 약속시간에 맞추어 갈 수는 있을
      것인지, 그런 와 중에서도 내게는, 무엇보다도 이런 차를
      임대해준 업체에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 백번도 더 넘게, 차를
      임대하여 다녀 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인지라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보아도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선다는 것도 그렇지만, 더욱 알 수가 없는 것은, 만약 이 차에 기름이 없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왜 사전에 그런 징조가 없었는지, 엔진의 경고 등도 들어 오지 않았고 휘발유는 아직 1/5 이나 남아
      있었고 주유를 준비하라는 불도 들어와 있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필경, 엔진에 무슨 큰 고장이 난 것으로 혼자서 결론을 내었지만, 이제는
      이 곳 저 곳에 연락하여 도움을 청하는 길 밖에는 내게는 다른 할 일이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차 문을
      열고 나가기도 힘든 고속도로에서 차가 멎어 버렸으니, 분위기는 무척이나 공포 상황이라 우선은 경찰에
      도움요청을 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살려 달라는 이야기였는데, 구조 요청을 받은 그들은, 사람이 다치지 않은 상황이어서 그랬는지
      결국은 차량 대여회사에서 보내준 택시를 타고 현장을 떠날 때까지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여러 곳에 연락을 한 후라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어쨌든 견인 차나 구조 차량이 빨리 와야 하는데 워낙 외진 곳이라 그런지 그들은 빨리 나타나지 들을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 웬 트럭들은 그리도 많이 들 다니는지, 혹시 누가
      잘못 운전하여 이 차를 뚜드려 박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하나, 별 걱정이 다 드는데, 사방은 칠 흙 같았고 나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생명을 구걸하는 한 비굴한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것은 바로, 주머니 속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묵주를 꺼내 성모님께
      도와 달라는 기도를 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구조차량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시간은 지나가는데 혹시 비상등을 너무 오래 켜 놓으면 그 나마 차의 배터리가 다 닳아버려서 이 한 밤중에 그들이
      이 차를 못 찾기나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차의 실내 등은 키지도 못한 체, 나는 휴대
      전화의 불 빛을 이용하여 가지고 다니던 묵주를 찾아 기도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상 시에는 그저 습관적으로만
      따라 하던 묵주 기도가 그 날 저녁에는 생각지도 않던 일이 닥치어서인지, 무슨 지향을 두어야 할지도
      생각이 잘 떠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날 따라, 왠지
      모르게 성모 송의 나중 뒷 부분만이 큰 소리의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한 참이 지났는데도, 진작
      전화 연결이 되었던 911 순찰 차량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차량을 대여해 준 곳에서는 연신, 조금만 더 기다리면 견인 차량이 도착 할 터이니 꼼짝하지 말고 차 안에서 기다리 고 있으라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에도 내 머리 속에는, 이렇게 빼앗긴 시간을 벌려면 견인
      차량과 함께 새 렌트 카가 같이 오면 그나마 도움이 될 터인데 그러면 내일 약속을 맞추어 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별안간
      차 뒤가 환해지며 무슨 큰 차가 다가 오는 것 같더니 불 빛 높은 곳에서 누가 내게 차에서 나오라는 손짓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뭐가 오기는 왔네. 불평이 반, 반가움이 반, 분위기 상으로는 그러한 감정을 표현 할 자유가 허락될
      상황은 아니었으나 일단은 위험의 공포에서는 해방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편, 혼자서 차 속에 갇혀 있었을 때 보다는 덩치 큰 견인 차가 뒤에 든든히 바치고 있어 안심은 되었는데, 문제는 차 속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었습니다. 차와 함께 견인을
      시킬 수도 없고 천상 다른 차로 옮겨 싣고 렌트 카가 있는 곳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택시는 언제나 올 것인지, 혹시 이 견인 차량을 가져온 친구는 차만 홀랑 가져가고, 차가 쌩쌩
      달리는 갓 길에다 나와 짐 보따리들만 내버려두고 갈 심산은 아닌지, 미국 사람들의 속성을 빤히 아는지라
      이제는 그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 밖에 달리 할 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무슨 복인지, 글쎄 이 친구가 깜빡 잊고 서류들을 챙겨 오지를 않아 나와 모든 서류를 새로 작성해야 한다고 오히려 내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는 최소한, 택시가 오기 전까지는 저 어두운 곳에서 부엉이 눈을 뜨고 이 쪽을 향해 쳐들어 오는 트럭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하느님 그리고 성모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끌며 작성 한다 해도 서류를 한 두
      장 쓰는데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는지라, 나는 연신 뒤만 돌아다 보았습니다. 이 십여 분이 지나자, 이제는 무슨 쓸데 없는 말들로 시간을 조금
      더 끌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속이 보여져, 차라리 용감하게
      그를 보내기로 마음의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친구가 내게 괜찮겠느냐고 물어 왔습니다. 그으으럼 당연히 괜찮지 않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 인석아. 너는 내 속을 절대로 모르지, 암 모르고 말고

      갓 길 구석에 덩그러니 질서 없이 놓여져 있는 짐들을 보니, 그 친구를 보낼 때, 내 딴에는 그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었지만, 쓰잘데기 없는 말을 꾹 참고 사실 나는 안 괜찮다고 할 걸, 내가
      뭘 잘 낫다고 큰소리 치면서 오히려 열심히 잘 살라고 훈계까지 하고 그 친구를 그렇게 그냥 보냈는지,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아무튼 한국사람은 그놈의 체면 때문에 엉덩이 타 들어가는 줄 모르고 새까맣게 탄 아랫목에
      버티고 앉아 있는다더니 내가 바로 그런 꼴이 아닌가,

      달려 오는 차 들을 노려 보느라고 눈도 알 알해 지고 이제는
      그 것도 숙달이 되어서인지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멀쩡한 것을 보니, 이게 생각보다는 그리 위험하지는
      않는가 보다 하고 쓸데 없는 생각들을 하면서도, 어서 빨리 택시가 와서 다른 렌트차를 픽업할 수 있는
      공항으로만 갈 수 있으면, 이미 잠 자는 것은 포기한 상태라 그 나마 고객과의 약속시간은 맞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찬 마음은 집요하게도 이미 저만치 달려 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나는, 그 때까지도 뭐가 뭔지,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언뜻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피곤한 눈을 비비며 운전을 하던 운전자들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난민들의 상자더미 옆에 귀신처럼 서 있었던 한 동양인을 보았을 때 그 들은 또한 얼마나 놀랐을까, 어쩌면
      그들이 더 놀랐음 직도 한데, 그러나 그 때는 마냥 나만 힘들어 하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 드디어
      택시가 나타났습니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나에게는,
      택시 운전사는 무슨 수호 천사와 같이 보였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하다가 알게 되었지만, 그는 키가 훤출나게 큰 젊은 청년이었는데 자기는 아프리카에서 이 곳에 공부하러 온 학생이라고 했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잘난 척 하지 말아야지.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혼자 중얼대며 택시 운전사와 함께 짐을 트렁크와 뒷 좌석에 담아 싣고, 차는
      드디어 공항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자정이 훨씬 넘고 말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럽게 생각했던
      것은 렌트차량 회사가 그래도 이름이 있는 회사라, 전화상으로 이야기 하였던 대로 담당자가 차를 하나
      새로 준비하여 나를 기다려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택시
      운전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온 학생이라는 것을 알았고 공인 회계사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영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참에 아예, 차를 몇 대
      마련하여 자기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시켰더니 본인은 어느새 사장이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 등을 나누고 있는 사이에 택시는 렌트카
      사무실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조금은
      그와 친숙해졌던 터라 내가 차를 빌려올 때까지 차 속의 짐과 함께 좀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하고 사무실의 매니저를 찾았습니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게 줄 차량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글쎄 이 친구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내어줄 차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매니저의 말로는, 아무리 알아보아도 아침 열시나 되어서야 차량이 준비 된다고 하니, 이제는 아침에 만나기로 하였던 고객과의 약속도 문제였지만, 무엇
      보다도 약이 오르는 것은 그렇다면 내게 왜 차가 준비되어 있다고 이야기를 했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으면 무슨 다른 방법이라도 썼을 터인데, 지금 이 시간에 어디 가서 다른 차를
      구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밖에 기다리고 있는 택시 속에는 물건들은 꽉 차 있고, 도대체 이제 나
      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화는 머리 끝까지 났지만, 이제 나머지 남은 방법은 공항 내에 있는 다른 렌트 카 회사의 차를 빌리는 것 뿐인데, 눈에 보이는 렌트 카 회사들의 직원들은 이미 다 퇴근을 하였던 상황 이었습니다.

      이 때, 나를
      그 곳까지 태워 준 택시 운전사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자기가 다른 렌트 카 회사를 찾아 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고맙기도 하고, 차에서 몇 마디 나눠
      본 것 말고는 별 일이 없었는데 그가 왜 그리 발 벗고 나를 도와주려고 했는지,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나는, 일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든 그에게는 고마운 보답으로 사례를 할 생각은 했었지만, 아무튼 그는 내게 돈을 별도로 요구
      하지도 않았고 자기차를 운전해 가면서 도와 주겠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 친구가 급하게 달려 오더니 마침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렌트 카 회사가 있는데 마침 직원이 퇴근을 하지
      않아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야기 하고 왔다는 것이다. 아니 이건 또 무슨 행운인가, 하느님 그리고 성모님 감사 합니다.

      기실, 내 딴에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친구가 돌아 오면, 근처
      가까운 곳의 숙소에 짐들과 함께 내려다 달라고 할 생각이었던 차에 이렇게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으니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그에게 해준 말은 공부 열심이 하고 담배 끊으라고 그리고 그의 손에 꼭 쥐어준 20불 짜리 한 장 뿐이었지만, 지금도 나는 고마웠던 그 젊은 친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미, 잠을
      자고 간다는 것은 포기한 상태였고 어떻게 시간만 맞출 수 있다면 어제 출발 전에 예약한 숙소까지 가서 좀 씻기나 하고 갔으면 하는 것만이 이제
      남은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고마웠던 그 젊은 친구를 뒤로하고, 나는
      네비게이션에 찾아 갈 숙소를 입력한 후, 처음 가 보는 알지 못하는 숙소를 찾아 운전을 시작 하였습니다. 시간은 새벽 3시를 가르치고 있었고 정신은 말짱한 것 같은데, 몸 컨디션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두어 시간을 가고
      난 후, 얼마 안 있으면 목적했던 숙소에 도달 할 수 있을 터인데, 이제는
      별 문제 없이 잘 갈 수 있으리라는 작은 기대와 함께 운전을 하고 가는데, 아니, 이건 또 무슨 일인지, 그 동안 별일 없이 잘 작동하던 네비게이션이
      이상한 방향으로 작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이 계기가 지금쯤은 어느 정도의 방향과 거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때
      계 기가 정해주는 길은 큰 길가가 아니라 산 속의 주택가였습니다. 보통 때만 같으면 그런 상황에 의심을
      가졌었을 터인데 그때는 너무 피곤하였고, 설마 계기가 오 작동이야 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그저 믿고 따라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날은 이미 훤해 지었고, 이른 아침에 산
      길을 따라 일터로 가는 여러 차량들을 만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했지만 계속 설마 설마 하면서
      꼬불꼬불한 곳을 수 없이 돌아 이제는 방향 감각도 잃어 버린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맡기고
      가는 것인데 갈 때까지 가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 거의 포기 상태로 달리고 있는데 드디어 계기가 목적지를
      300
      미터 앞두고 있다고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뭔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는구나.

      그러나 계기가 나를 데려다 준 곳은, 숙소가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상상 할 수도 없는 산 속에 위치한 어느 한 교회의 마당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힘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교회
      앞마당인지 내가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했다는 말인지, 아무튼 나는 모든 것이 피곤하기만 하고 짜증이
      폭발하기 일 보 직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고객과의 약속을 생각하니, 그 때는 그 것을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빨리 길을 재촉하여
      숙소에 가서 대강 씻고 가기라도 했으면 하는 것만이 남은 희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이 기계를
      무턱대고 다시 믿자니 좀 그렇기도 해서 우선 숙소에 전화를 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전화 너머로는 내가
      어디 있는가 하고 묻는데, 도대체 이 산골에는 도로 표지판 하나 없으니 별로 할 이야기도 없었습니다. 그 숙소직원의 말로는 내가 거의 다 와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그가, 내가 어디 있는지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새벽 잠을
      더 재촉하는 것 같았습니다. 무슨 서비스가 이 모양인가 하고 심기도 불편한 상태였는데, 가물 가물 전화 너머로 들리는 소리로, CHECK OUT 시간은 10시 까지니 그렇게 알라는 무슨 최후 통첩 같은 소리를 남기며 전화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나는, 숙소의
      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에 네비게이션에 다시 주소를 입력하고 그 곳을 떠났습니다. 한번 잘 못
      알려 준 관계로, 계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라 그저 순순히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또다시 산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이 번에는 아까 갔던 반대 쪽으로 방향을
      가르치는 것 같아, 한 편 불안 하기는 했지만 아까와는 다른 곳으로 알려주니 이번에도 그대로 따르기로
      하고 계기가 가자고 하는 곳으로 따라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네비게이션이
      가르치는 곳이 정상적이 아닌 것 같아 도중에 멈추어 주소를 지우고 새로 입력해서 운전을 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아침
      해는, 운전하기에 눈이 부실정도로 이미 꽤나 떠 올랐고 이제는 지친 것이 반, 포기 반으로 가고 있는데 계기가 나에게 알려 주는 방향은 도무지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길은 외길이라 어디 도중에 다시 돌아갈 길도 없는 산길이었고 지나는 사람은 물론 눈에 뜨이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 물어 불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이 번에도 주변 상황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숙소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 근처에서, 계기는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다고 알려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아 도착한 목적지는, 30여분 전에 갔던 곳과는 다른 장소였지만 그 곳 역시 외진 주택가에
      위치한 한 작은 교회의 마당이었습니다. 나는 그만 할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하느님의 음성이 마음을 통하여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나는 그제서야, 두 번씩이나 나를 교회마당에 데려다 놓으시는 주님의
      뜻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 내가 정말 잘못 하였구나.
      내가 정말로 잘못 하였구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모든 사건들은 주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암시였었습니다. 나는 내게 일어났던 그 모든 이상한 일들이 바로
      그러한 신호라는 것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고 그저 일의 욕심만으로 내 멋대로 하다가 일을 그르치고 말았던 것입니다.
      자애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나를 일부러 힘들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것을 이용하였던 것입니다. 매사에, 일을 우선하는 나를
      위하여 안타깝게 주시는 신호들을 느끼기는커녕 나중에 보속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무시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먼저 일게 하소서라는 아침기도가 다시 한번 주님 앞에서 벌거벗겨지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아무도 알지 못해도, 주님만은 아시고
      계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안에 계신 주님을 무시함에 다름아닌 행동을 스스로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또한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만으로 주님께 의지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나의 기도 역시, 입바른 거짓으로 주님께 들통나는 참담한 상황이 일어난 것입니다. 비록 그 때는, 영세를 앞두고 있는 예비 신자 이었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나는 별로 내 세울 것도 없고 그렇게 눈에
      띄는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은퇴 후에는 신앙적으로나 인간적인 삶에 있어서도 오히려 더 보람 있는 삶을 살겠다고 주님께 서원을 하였던 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나의 그 모든 것들이 말에서만 끝나고, 잘못된 버릇들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면서 안이하게만 살아가고 있는 나를 이번 기회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셨던 것입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며 또 무엇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시었습니다. 우리 가운데 계시는 분이시지만, 꿈에서라도 뵈온 적 없고 더구나
      나 같이 시원치 않은 사람에게는 느낌도 갖을 수 없는 주님, 그러나 성모 어머님을 통하여, 주님께 청하시어 나를 좀 어떻게 해달라고 아양공세를 드리는 정도의 나에게, 나의
      주님께서는 그 일을 통하여 너무나 큰 사랑의 은총을 주신 것입니다.

      사도 요한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이분이 네 어머님이시다.”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이십니다. 당신의 어머님께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저를 보시며 마음 아파 하셨을 예수님,
      저는 늦게야 알았습니다.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버릇 없던 저를 혼내 주었던 분들은 주님
      옆에, 그리고 성모님 옆에 항상 머무르고 있는 천사들이었다는 것을, 어머님을
      사랑하시어 하늘에 들어 올리시기까지 성모님을 사랑하셨던 당신의 어머님에 대한 저의 무례가 천사들을 화나게 했다는 것을.
      오늘, 성모님의
      밤을 기리며 주님께 기도합니다.

      인성으로 이 땅에 오셨던 당신께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셨던
      성모님께 드리는 당신의 음성이 따사한 바람 되어 저의 가슴속에 울려 들리는 듯 합니다.

       

      어머님, 어머님의 아들입니다.

      낳으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날 기르실 때 밤 낮으로
      애쓰셨던 어머님

      성부께서 당신께 저의 탄생과 양육을 맏기시던 날,

      어머니께서는 주님의 종이라 하시며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청하셨습니다.

      주님의 천사들이 부를 때마다 당신은 순 명 하시며 그를
      따랐습니다.

      나 어릴 적 파스카 축제 때, 예루살렘 내 아버지의 성전에서 머물 적에

      하루 길을 다시 돌아 오시어 사흘 만에 나를 찾으셨던 어머니,

      나를 애타게 찾으셨던 어머니, 당신의 애간장은 다 타서 녹아버렸었건만

      나는, 왜 저를
      찾으셨느냐고 되 묻던 열 두 살의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마음 속에 간직 하셨습니다.

      십자가 아래서 나의 죽음을 지켜 보시던 어머님

      형제 자매들이여,
      어머님은 바로 여러분의 어머님이십니다.

      나의 피의 구원을 알리시고 저를 너무나 사랑 하신 어머님

      지금은 이곳 천상에 계시지만,

      어머님, 오늘은, 내 형제 자매들이 어머니를 위하여 정한 당신의 날입니다.”

      그들도 나와 같이 어머님의 자녀들입니다.”

      지금도 성모님께서는, 성체와
      성혈이 이루어지는 미사가 드려질 때마다 제대 옆에서 당신의 사랑하는 예수님께 당신을 봉헌하시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우리들이 성체를 모시러 제대 앞으로 나갈 때, 수호성인이 같이 따라 나오는 신자들에게 고맙다고 말씀 하시며, 혼자
      쓸쓸히 어두운 모습으로 나오는 신자들을 향하여는 눈물을 흘리신다고 합니다.

      결국, 이 글은
      성모 어머님의 손길에 의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성모님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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