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oses_nanum 신의 축복- 老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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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신의 축복, 老化



      허민 사회부장

      ‘고려장 풍습이 있던 고구려 시절 한 관리가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갔다. 노모는 아들이 돌아가는 길을 잃을까봐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를 했다.
      관리는 노모를 차마 버리지 못하고 다시 모셔왔다.
      얼마 후 당나라의 사신이 똑 같은 노새 두 마리를 끌고 궁궐로 와서 어느 쪽이 어미이고 어느 쪽이 새끼인지 알아맞히라고 으름장을 놨다.
      임금과 신하들이 고민할 때 관리의 노모가 일렀다.
      “말을 굶긴 다음 여물을 주렴. 먼저 먹는 놈이 새끼란다.”
      노모의 지혜가 나라를 구했고, 감동한 왕은 고려장을 폐지할 것을 지시했다.’

      잘 알려진 이 전승(傳承)은 노인의 지혜가 국가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옛말에 노마지도(老馬知途), ‘늙은 말이 길을 안다’고 했다.
      오래된 서양 격언에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빌리라’는 말이 있다.
      삶의 경륜과 지혜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문화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지혜는 60세 이후 절정에 이른다.
      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서도 발견된다.
      1990년대만 해도 노벨상 수상자 평균연령은 50세를 겨우 넘겼는데, 최근에는 70세 안팎으로 높아졌다. 2010년에는 67세였고, 2008년에는 74세나 됐다.
      젊음과 패기가 경험과 지혜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개인과 가정뿐 아니라 사회나 국가 역시 노인의 통찰을 필요로 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노인의 지혜를 구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노인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진다.
      노인 냉대와 노인 무시는 ‘21세기적인 고려장’을 양산해 낸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자살률 1위다.
      노인 자살자 수는 20년 전보다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중 많은 숫자가 ‘무연(無緣)자살’, 혹은 ‘고독(孤獨)사’다. 아이돌 연예인이나 청년들의 자살은
       ‘스포트라이트’라도 받지만 노인은 죽음조차 외면당한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죽음들이라는 점에서 노인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사회학자 김찬호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0~20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황금기는 20~30대에 몰려 있다.
      40대 이상 장년과 노년층 역시 비슷한 답변을 하고 있다.
      노인 냉대와 노인 무시가 사회 구성원들 내면에 깊이 깔려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사회의 노인문제가 더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노화란 태어나면서 시작돼 죽음에 이르는 전 과정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눈은 7세부터 나빠지고, 혈관은 10세가 되면 노화한다.
      미각은 13세, 체력은 17세, 뇌는 20세부터 둔화하기 시작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노화로 인한 생리활성능력의 저하를 탓하기보다는 사회적 적응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이는 패기 대신 경륜을 선사한다. 노화는 순발력을 빼앗지만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는 그 사회가 누릴 수 있는 공동체자본 가운데 하나다.
      이런 면에서 노화는 신이 내린 또 하나의 축복이다.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대결합이 되고,
      노인의 머리와 청년의 손이 공존하는 사회가 건강하다.

      질병과 빈곤과 사회적 역할 부재와 무연고독 속에서 신음하는 노인들이 많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와 전 사회 구성원이 함께해야 할 절박한 과제 중의 하나는 노인의 건강과
      경제력을 회복시켜주는 일, 사회적 역할을 찾아주는 일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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