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ission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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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교육분과

      렉시오 디비나와 들음

      초기 수도승의 작품들을 보면 독서(lectio)와 들음(auditio)이라는 두 용어는 자주 동의어로 사용되곤 하였는데, 그것은 성경 독서가 말씀을 읽으면서 동시에 귀 기울여 듣는 수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수도승들의 독서는 정확히 말하면 단순히 읽는 수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귀 기울여 듣는 수행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성경 독서 시간은 들음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잘 듣는다는 것! 이것은 우리의 영성 생활에서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이다.

      성 베네딕도는 그의 저서 『규칙서』(RB)에서 첫 마디를 “들어라, 오 아들아!(Obsculta, O Fili!)”로 시작하고 있다. 성인은 하느님께서 날마다 우리에게 외치시며 훈계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베네딕도 『규칙서』 전체에서 드러나는 침묵과 잠심(潛心)의 분위기는 바로 이러한 하느님 말씀에 철저히 귀 기울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느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은 수도승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였다.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을 때 지혜는 시작되며 바로 이때 마음과 정신은 개방되고 어린이 같은 순수한 마음과 수용력을 갖게 된다. 아르스의 체사리우스 주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느님 말씀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마치 우리가 성체를 소홀히 하여 바닥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하느님 말씀인 신·구약 성경은 끊임없이 들음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신명기 저자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 말씀을 잘 들으라고 강하게 호소하고 있다.(신명 6,4 참조) 또한 시편 저자 역시 “이스라엘아, 부디 내 말을 들어라.”(시편 81,9)라고 말하고 있다. 구약의 수많은 예언자도 한결같이 이러한 들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하느님 말씀을 귀 기울여 잘 듣고 그분께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묵시록에서도 “귀 있는 사람은 들으십시오.”(묵시 13,9)라고 강조하고 있다.

      개인으로나 공동체적으로 하느님 말씀이 선포될 때, 바로 그 순간 하느님 말씀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Hic et Nunc)” 새롭게 다시 선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선포되고 있는 그 말씀에 온 마음으로 귀 기울일 때, 비로소 그 말씀은 내 안에서 새롭게 울려 퍼지고 참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된다. 하느님은 성경 독서 시간에 친히 각 사람에게 말을 건네시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온 힘을 다해서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도자들은 매일 규칙적으로 성경 독서 시간에 깨어서 하느님 말씀을 듣고자 하였기에 하느님 말씀의 심오한 신비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할 수 있었고, 또한 실제적으로 수도 생활 안에서 말씀을 따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므로 성경 독서 시간에 성경을 작게 소리 내어 읽으면서 동시에 귀 기울이는 수행은 매우 중요하다.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출처 : 인천교구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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