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ission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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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교육분과

      귀고의 영적 사다리

      렉시오 디비나(성독)는 수도승들에게 중요한 영적 수행 중의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해 자세히 언급한 문헌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12세기 카르투시오회의 9대 원장이었던 귀고 2세(?~1188)가 『수도승의 사다리(The Ladder of Monks)』라는 책에서 매우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하게 렉시오 디비나를 설명하였다. 그러므로 렉시오 디비나를 언급할 때 이 문헌은 매우 중요하며,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많은 글은 거의 귀고의 개념을 직간접(直間接)으로 인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귀고는 렉시오 디비나를 지상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영적 사다리에 비유하면서 네 단계, 즉 독서(Lectio), 묵상(Meditatio), 기도(Oratio), 관상(Contemplatio)의 단계로 설명하였다. 영적 사다리의 첫 번째 단계인 독서는 복된 삶의 감미로움을 추구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인 묵상은 그것을 깨닫는 단계이며, 세 번째 단계인 기도는 그것을 청하는 단계이고, 마지막 네 번째 단계인 관상은 그것을 맛보는 단계를 말한다. 귀고는 이것을 쉽게 음식으로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독서는 음식 자체를 입에 넣는 단계이고, 묵상은 그것을 씹어 분해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기도는 그것의 맛을 느끼는 단계이고, 관상은 그것으로 인해 기쁘고 새롭게 되는 감미로움 그 자체를 말한다. 귀고는 이러한 단계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명시하였다. 묵상 없는 독서는 쉽게 메마름에 떨어질 수 있고, 독서가 없는 묵상은 쉽게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묵상 없는 기도는 냉담해질 수 있고, 기도 없는 묵상은 참된 영적인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 기도가 열정적일 때 관상에 이르는 것이지, 기도 없이 관상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귀고는 보았다.

      귀고는 독서의 단계를 하느님 말씀을 듣는 단계로 보았고, 묵상과 기도 그리고 관상의 단계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응답의 단계로 보았다. 이것은 기도의 리듬인 들음과 응답의 관계를 잘 함축하고 있다. 비록 그가 렉시오 디비나에 대한 점진적인 발전의 단계와 그리고 각 단계의 긴밀성을 언급했지만, 이러한 단계가 영성 생활에서 반드시 필연적으로 어떤 연속적인 단계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첫 번째 독서의 단계에서 두 번째 묵상의 단계로 그리고 기도와 관상의 단계로 나아갈 수 없음을 귀고도 인정하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단계들이 렉시오 디비나 수행을 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성경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면을 직시할 때, 우리는 수도자들이 렉시오 디비나 수행 안에서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였는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출처 : 인천교구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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