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피정을 시작한 시간이 오전 아홉 시였으니, 지금쯤이면 조금은 지치고 힘들 법도 한데
아이들 표정이나 눈빛은 오히려 아침보다 더욱 생기가 넘친다.
함께하는 어른들의 모습에도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다.
다음 일정을 위해 친교실로 이동하는 뒷모습에 탐 선교사님과 함께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하느님의 자비를 찾아나섰던
강의 시간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이제 캐롤 수녀님의 두 번째 세션, God’s Eye 만들기 시간이다.
수녀님께서 준비해 오신 알록달록한 털실을 보는 아이들 눈빛이 또다시 반짝인다.
먼저 우리가 만들 God’s Eye는 ‘하느님의 눈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향해 계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과
만드는 법을 설명하시고 모두에게 재료를 나누어 주셨다.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의 털실을 잘라서 뭉치로 만들어 놓은 모양이 꼭 롤리팝 같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아이들.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써 준비해 주신 캐롤 수녀님의 배려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남미 인디언들에게서 유래된 God’s
Eye는 막대기 두 개를 십자가 모양으로 겹쳐서 가운데에서부터 바깥쪽으로 색실을 감아 만든다.
가로로 놓인 막대는 우리 서로간의 관계 혹은 세상에 속한 우리를 뜻하고,
세로로 놓인 막대는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 또는 거룩한 신성을 나타내며,
십자 모양의 중심에서 부터 시작해 촘촘히 감아 나가는 예쁜 색깔의 실은
우리 삶 안에서 실천해야 하는 이 두 가지의 조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완성된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막 첫 영성체를 한 우리 못자리 가족 막내부터 고등학생 큰누나까지 모두들 집중해서 한칸 한 칸 정성스레 색실로 채워 나가는 모습이 정말 예쁘고 아름다웠다. 이미 알고 있는 듯하지만 하느님의 눈은 늘 우리를 향해 계신다는 믿음이 우리 아이들 마음 속에 다시 한 번 깊숙이 새겨졌기를.
여학생, 남학생으로 나뉘에 두 줄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서 God’s
Eye를 만드는 동안 조용히 차례로 고백성사를 받았다. 고백성사를 위해 이동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꼭 God’s Eye 만들기의 일부인 것처럼 평화롭게 느껴졌다.
마치 우리의 일정에 맞춰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모든 일정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을 위해 오랜 시간 고민과 기도로 준비하셨을 캐롤 수녀님과 탐 선교사님의 희생과 정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 주신 어머니같은 밀레제수회 자매님들의 희생, 웃음과 감동의 시간을 선물해준 본당 청년 밴드의 아름다운 찬양, 관심과 응원의 눈빛으로 함께하신 본당 바오로 신부님과 두 분 수녀님의 사랑, 그리고 기도로 함께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보시고 내내 하느님께서 함께 하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