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Joseph 남편과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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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남편/고규운”


      늦으면 궁금하고…
      옆에 있으면 답답하고…


      오자마자 자면 섭섭하고…
      누워서 뒹굴거리면 짜증나고… 


      말 걸면 귀찮고…
      말 안 걸면 기분 나쁘고…


      누워 있으면 나가라고 하고 싶고…
      나가 있으면 신경 쓰이고…


      늦게 들어오면 열받고…
      일찍 오면 괜히 불편하고…


      아주 이상하고
      무척 미스터리한 존재… 남편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남편은 

      – 집에 두면 근심덩어리

      – 데리고 나가면 짐 덩어리

      – 마주 앉으면 웬수덩어리

      – 혼자 내 보내면 사고 덩어리

      – 며느리에게 맡기면 구박 덩어리

      나의 아내 / 문정희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봄날 환한 웃음으로 피어난
      꽃 같은 아내
      꼭 껴안고 자고 나면
      나의 씨를 제 몸 속에 키워
      자식을 낳아주는 아내
      내가 돈을 벌어다 주면
      밥을 지어주고
      밖에서 일할 때나 술을 마실 때
      내 방을 치워놓고 기다리는 아내
      또 시를 쓸 때나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을 때면
      살며시 차 한잔을 끓여다주는 아내
      나 바람나지 말라고
      매일 나의 거울을 닦아주고
      늘 서방님을 동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소유의 식민지
      명분은 우리 집안의 해
      나를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만들어주고
      내 성씨와 족보를 이어주는 아내
      오래 전 밀림 속에 살았다는 한 동물처럼
      이제 멸종되어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 절대 유용한 19세기의 발명품 같은
      오오, 나에게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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