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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녁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命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다니엘 곽인근 옮김
      마리아 릴케. 사내아이로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아집에 의해 여자아이의 이름이 지어졌고 여자아이처럼 성장한 릴케. 그리고 14살 연상의 여자와 뜨거운 사랑으로 온 열정을 다 바친 시인 릴케. 그러한 서정적인 시인 릴케의 시를 이 가을문턱에서  함께 감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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