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Joseph 詩 – 두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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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찬미예수님!

      우리가 먹는 것, 주위에 보는 것 ,모두가 하느님의 창조물이어서…
      밥 한 술 먹으면서…. 사과 한 입 씹으면서……….
      우주를 생각하게 하는 詩 두 수를 옮겨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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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를 먹으며

      <함민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계절,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김지하>

      가랑잎 한 잎
      마루 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 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 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 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손님 오시거든
      마루 끝에서 문간까지
      마음에 능라 비단도
      널찍이 펼치소서.

      (해설) 장석남, 시인, 한양여대 교수

      시를 가르치다 보면 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되묻는다. 너는 지금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이해가 가느냐고. 저 꽃밭에 핀 꽃들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하면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멀뚱멀뚱 쳐다본다.

      이 여름의 뜨거움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열천 허공에 제 목청을 터져 뿌리고 있는 말매미들 소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마주할 뿐이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적은 것들뿐. 하나에 둘을 더하면 셋이 된다는 관념 정도. 좀 큰 것은 이해의 대상을 넘어선다.

      아침 밥상을 마주한다. 밥이 어디서 왔지? 고마운 농부의 손에서 왔다고 가르쳐서는 만의 하나만 가르친 것이다.
      전우주의 화음으로 온 것이다. 다만 물음이 있음 뿐. 그 손님(물음)이 오시거든 기쁘게 기쁘게 ‘능라’를 펼쳐야 한다.
      그게 곧 구원이니까!

      (요셉회방에  놀러 왔다가…..詩 두首 놓고 갑니다 – 곽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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