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 4,1-11 루카 19,11-28
미룰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
이번 가을은 시카고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의 가을이지만 처음으로 가을답게 그리고 오랫동안 온화한 날씨로 다가왔다. 더욱 풍부하게 다가온 단풍들의 모습을 통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자연의 찬송을 듣고 보게 되었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자신들의 잎새를 떨구면서까지 준비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이런 조화의 어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끄신 주님의 손길은 우리 각자 삶의 모습에서도 나타나기를 바라신 초대다.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삶의 찬양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복음에서는 주인에게 같은 미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것을 사용하는 방법과 도움을 청할 방법 그리고 충실하게 마음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다.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가 중요하고 좋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준비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예수님의 모습을 따르던 무리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려는 그분의 모습에서 자기들의 왕국, 모든 것을 뒤엎고 다윗의 왕권과 로마로부터의 해방을 바라던 하느님의 나라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는 모든 무리들에게 충실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주님의 뜻을 바라보고 따르라고 가르치신다. 그리고 이 나라는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이미 우리 안에 있다는 것도 숨겨진 비밀로 다가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세상의 여러 곳에서 주님을 찬미하고 알아보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하기 위해서 오시는 분이 아니라 함께 하시기 위해서 오시는 분을 맞이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미룰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의 건설임을 깨달아야 한다. 각자의 모습에 온전히 주님을 모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미 예수님께서 우리를 온전히 사랑하셨기 때문이다. 틀에 맞춰진 하나의 아름다움이 아닌 하나의 성령 안에서 주어진 여러 가지 은사들을 함께 호흡하며,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를 바라는 모자이크를 완성하시려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의 뜻을 무시하거나 게으른 종의 모습에서는 아름다움이 완성되지 못한다. 그는 전체 그림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주님의 은총도 낭비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언제 느끼겠는가! 지금이라는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을 사용하는데 늦추거나 게으를 시간이 없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실천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오늘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