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역대 24,18-22 로마 5,1-5 마태 10,17-22
박해받는 하느님 나라
혼돈에서 질서를 찾아주신 창세기의 말씀을 더듬어 본다. 그리고 지금은 그 질서의 세상에서 어떤 모습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점검해본다. 우리가 주님을 증언하고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물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기적의 힘이 제일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그리고 올바른 믿음으로 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당장 밝혀지고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려움 때문에 진리의 빛을 막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 모든 것을 아버지의 손에 완전히 맡기는 삶이다. 이것이 모호하게 들릴지라도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고백이 된다.
신앙의 힘으로 세상에 행해지는 폭행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신앙인의 삶은 그런 횡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만행으로 박해를 받는 것은 신앙의 대상인 하느님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증언하는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나라는 아버지의 영이 이끌어주시는 대로 진실 되고 참된 삶의 모습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렵게 살아가는 이유는 하느님이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진리 때문에 우리가 위협을 받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인내를 갖고 주님의 뜻을 따라 걸으면 우리에게 덕이 쌓이고, 그 덕은 우리에게 참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서 의문을 지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로 받아들이고 그분의 뜻을 생활로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의 삶 속에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른 삶에 반대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만의 삶이다. 모두에게 주어진 성령의 선물을 자신의 것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랑의 불이 타오르지 않게 되며, 참된 행복과 평화의 생활이 깨지는 것이다. 결국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가 주님의 계명을 가볍게 여기면서 준수하지 않기 때문에 박해를 받게 되는 것이고, 우리의 생활도 결국에는 말라버리게 되는 것이다.
악령도 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러나 악령들은 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악령들이 흉악하고 잔인한 것은 오히려 자기네들이 선을 행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악령은 악을 행하는 데 아무런 가책이 없다. 그들에게 악이 곧 선인 것이다. 자기네들은 선을 행하고 있다고 확신 하에 악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타인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고, 타인을 지배했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 결국 자기네들이 통쾌함과 기쁨을 느끼는 일이 그들에게 선인 것이다. 그래서 지옥의 영은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쾌감과 만족을 느낄 때마다 자신들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옥은 ‘자기사랑’의 왕국이다. 그곳에는 욕망이 끝이 없다. 그래서 하느님에게까지 이르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의 죄로 인하여 이 모든 조건들이 주어졌기에 구세주가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을 깨닫자.
나 자신을 버리고 매일 자신의 십자가, 곧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의 참 뜻을 살아감으로써 성령의 소리에 자신을 온전히 열어 주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오늘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