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엘 2,22-24.26 묵시 14,13-16 루카 12,15-21
나를 보장해주는 것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면 풍요로움과 더불어 쓸쓸함도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내 것인양 살아왔던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물론 영성적인 관점에서는 참으로 다행이면서도 행복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룩한 것은 오직 주님의 은총으로 살아간 순간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도와주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복음에서도 모든 탐욕을 경계하라고 알려주신다. 아울러 우리가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들이 영육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함을 알려주신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의 도움의 손길이라고 표현한 것이 얼마나 깊이 있는 고백인지를 깨닫는 사람에게는 그 보상이 주어질 것임도 약속하셨다.
흔히 하느님께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표현과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는 표현을 할 때, 그 자체로 구체적 삶의 결실이 채워져 나간다는 것을 수확의 계절, 곧 주님 안에서 죽는 순간 알게 됨을 확인시켜주신다. 주님께서는 정의로써 비를 배려주시고, 그 결실도 맺어주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이제야 비로서 한껏 배불리 먹고, 주님께 찬양을 드리게 될 것임을 말씀해주시는 것이다.
우리가 한가위를 기억하는 이유는 하느님과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의 가정에도 축복을 내려달라고 소원을 비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풍요로운 잔치가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 손으로 일군 결실이지만 주님께서 주셨음을 감사하며, 이 모든 것을 일궈놓은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축복의 자리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날 같이만 하라고 말해왔던 뜻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나를 보장해주는 것은 주님의 손길이며, 주님의 사랑임을 깨닫고 오늘 주님의 잔치상에 함께 기쁘게 참석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