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두부
– 이영선 신부-
갑자기 얼굴이 보이지 않던 마리아 할머니, 알고 보니 밭에 갔다 넘어져 팔이 부러졌습니다.
함께 온 딸은 병원비로 2백만원은 까 먹었다고 투덜거리지만, 2주동안 병원 신세를 진
할머니는 얼굴이 뽀시시 해져 왔습니다. 홀로 살면서 밥, 장그릇 그리고 수저 하나로
진지를 해결하며 사셨습니다.
비린내 나는 반찬 맛 보려면 장 보러 송정리나 나주까지 버스 타고 가야 합니다.
마을에서 가끔 그 곳으로 버스가 가는데, 시간 맞추기도 어렵지만, 차를 타고 내리는 일은
중노동입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통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러니, 손 가는 곳에 있는 된장이나 간장에 밥 비벼 후루루 잡수시는 걸로 시장기를
속이고 하루를 논밭에서 보냅니다. 80년을 써온 몸입니다.
이젠 쉬고 싶다고 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쉬이 그럴 수 있나요.
거기다가 잡수시는 것도 그 모양이니 몸에 힘이 있을리가 없읍니다.
그저 습관처럼 호미를 놀립니다. ‘늙으면 밥심으로 산다는디….’ 넘어지면 틀림없이
부러지고 맙니다. 마리아 할머니 만이 아닙니다. 우리동네 대부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비슷한 처지에 있습니다. 이 일을 어찌 할까 ? 생각타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반찬에 진지 잡수시게 해야겠다 싶었읍니다. 토요일마다 두부를 만들어 저녁미사와
주일미사때 나누어 먹자고 했습니다. 다 들 좋으시답니다.
그래서, 천원짜리 두부를 만들어 팔기로 했습니다. 고등어도 떼어다 팔까 ?
예수님께서는 오천명에게도 공짜로 주셨는디…. 그 제자인 사제는 팔 생각합니다.
주님 자비를…..
다니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