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rathon 처음 가마동유니폼 입고 뛰었는데…(동아마라톤참가기)-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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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 달려라 ~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 ! “

      러너로서의 부활을 꿈꾸며 가마동의 강목달에 작년 12월 가입하였다. 독립군으로만 뛰다가 조직에 들어오니 인터벌, 산 달리기, 언덕 달리기 등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고 참가인원도 20명 가까이 되니 더불어 같이 달리는 맛이 솔솔하였고 목요일 정기모임은 꼭 참가하려고 하였다. 2월말이 되니 주력도 전에 비하여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상태라면 이번 동마에서 10년 전 기록인 3시간 40분대로 진입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마무리(Closing)를 못하였다. 마지막 3주가 엉망이었다. 이사, 감기, 주말의 이런저런 일 등 거기에다 흐릿해진 정신력으로 체바퀴처럼 돌아가던 러닝프로그램이 스톱되었다. 이 기간 중 LSD를 두 번은 해주어야 하는데 못했고 이제 D 데이 전날을 맞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결혼식장에서 늦은(오후 2:30) 점심을 하고 저녁은 이르게(7시 전)하고 보니 배 속이 영 불편하다. 저녁을 안 먹어도 되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하여튼 잠은 안 오고 자정이 넘어가는데 계속 누워만 있을 수 없어 차로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삼성산 성지에 가기로 하고 일어났다. 삼성산 성지는 내가 주 중 새벽에 두 번 정도 뛰어 갔다 오는 곳 이다. 성가를 부르면서 성지에 올라가 성모님, 예수님 뵙고 십자가의길 14처를 돌았다. 이 성지를 주중 새벽에 꾸준히 뛰었더라면 전혀 문제가 없었을 터인데 지난 3 주 동안에 딱 한 번 왔을 뿐이었다. 나태해져 못 왔으니 죄책감이 든다. 대회에 나감을 예수님께 신고하고 집에 돌아오니 2시, 이제 잠이 온다.

       

      알람에 맞춰 5시에 일어났다. 지금 시간에 가장 중요한 ‘출구’ 문제. 전혀 소식이 없다. 금요일부터 5끼 분인데 소식이 없다니, 아침식사로 떡을 준비했는데 전혀 땡기지 않는다. 잠을 조금 더 자고 싶어 소파에 누웠는데 6시가 넘어버렸다. 부랴부랴 출발하여 전철에서 사탕 2개를 빨아 먹으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져 옆에 앉아있는 주자에 사탕 한 개 건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택배차량 문 닫기 직전에 가까스로 옷 맡기고 허둥지둥 스트레칭하고 B군 대열에 합류하였다. 이것은 정말 마라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명색이 10여 년 동안 서른 몇 번을 완주한 주자가 이럴 수는 없었다.(보스톤도 갔다왔는데…)

       

      ‘오늘은 마라톤이 아니라 ‘극기‘를 하는 거다. 사순절엔 극기하고 회개하는 기간이니까. 아침단식은 이미 했고 힘들게 뛰면 극기 아니냐?’ 출발을 기다리며 기도하였다. 준비가 부실하지만 완주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라고.

       

      13km 지점에서 다리가 풀리는신호가 온다. 올 것이 왔는데 너무 빠른 지점이다. 완주가 될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조그마한 소리로 외치면서 뛰는데 배가 고파 소리가 안 나온다. 바나나 등 연료공급이 되면 목소리가 나오고 다리도 빨라진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연료가 소진되면 목소리도 죽고 다리도 무거워지고. 돌발사태 발생! 출구 이상이다. 작은 것이지만 항상 경계했었는데 탈 났다. 물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일단 해결 하고 나니 몸은 한결 가볍다.

       

      28km 지점. 걷기로 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걸을 수는 없어 주님의 기도를 하는 동안 걷고 그리고 뛰고. 다음 번에는 성모송하면서 걷고. 걷는 거리는 한 번 당 불과 몇 십 미터도 안되는데 어찌 할 수 없었다. 가마동 유니폼을 입고 처음 대회에 나왔는데 걷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자랑스런 가마동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한 번 꺾인 의지였다. 가마동 형제 자매님들이 추월하면서 힘 내라 완주해라 격려해 주신다. 작년 중마에서는 내가 가마동 회원들을 격려하면서 추월하였는데…

       

      잠실 운동장 초입에서 우의를 벗어 허리에 매고 선명한 가마동 유니폼이 겉으로 나오게 하였다. 안젤라 자매님 등 우리 강목달 회원들이 외치며 박수치며 축 쳐진 나를 맞이하는데 정말 부끄러웠다. 개선문 통과가 아니라 ‘회개문’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완주선을 밟고 기도하였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은총을 베푸셔서 이 바실리오 탈 없이 완주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인 것은 기록이 4:30으로 나의 첫 기록(4:38)을 넘기지 않은 것이었다.

       

      이번 마라톤은 마무리(Closing)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나태의 결과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준 레이스였다. 나태는 가톨릭교리 상 7죄종(다른 죄의 근원이 되는 죄) 중 일곱 번째 죄인 줄을 바로 엊그제에 알았다. 나태가 죄가 되다니! 그러나 이번 레이스를 계기로 나태에서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나태가 죄인 것을 알았으니 이게 소득이다. 죄종 중 첫 번 째가 교만인데 나의 경우 교만(상당한 캐리어가 있지 않느냐?)에서 나태가 비롯되었다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가마동의 내 자식들이 마라톤 대회에서 걷는 것은 차마 볼 수 없다. 대회에서 걸어야 할 사람들은 가마동 유니폼을 벗고 걷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가마동 전사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가마동 내 자식들은 항상 깨어있어 달리기에 소홀하지 마라. 주님인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달리는 너희들과 항상 같이 뛰겠으며 달리는 너희들에게 복을 더 내려 주겠다.”(예수님 생각)

      서울 강남구 가마동회원<황민연 바실리오> 글 퍼옴
      Daniel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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