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Prayer_contemplation 차 신부님의 사순절 묵상집 – 재의 수요일(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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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재의 신비


      지난 해 대림시기에 특정 종교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방문이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곳은 천주교 신부의 사제관입니다.’ 라고 설명하는 주방 자매님의 말씀을 듣고 문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렇다면 더욱 잘 됐네요. 사제라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더욱 알아야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요.’

      얼핏 호기심을 자극해서 대화의 방법을 유도하든지, 싸우려고 든다는 고전적인 수법을 통한 적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신들은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들도 자신들의 종교관에 대하여 확신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상대하고 싶지 않은 정도의 시간 낭비라는 것을 내뱉으며, 지금 내가 시작하려는 사순시기를 열어본다.

      지구상에 종교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 가운데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재의 수요일의 의미는 어떠한 것일까? 오늘은 의무 축일도 아닌데 왜 머리에 재를 얹어야 하는 것일까? 재의 수요일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 속에서 꼭 재를 받아야 한다는 움직임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가 머리에 재를 얹는다는 것은 미신이나 마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요한 상징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우리의 행위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알려주면서 회개의 표시로 이루어진 재를 사용해왔다. 다윗처럼 죄에 떨어진 후 하느님의 심판이 두려워진 유다인들이 행해왔던 모습이다. 이처럼 ‘재’는 성경에서 50번이나 넘게 나타나는데, 회개와 슬픔과 옷을 찢으면서 느끼는 감정들과 함께 사용된다. 요엘 예언자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예언한다. “네 옷을 찢지 말고 네 심장을 찢어라.”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재의 수요일을 진행해왔다. 과연 우리의 마음 안에 무엇이 있기에 그것을 찢어야 한다는 말일까? 스스로의 마음을 들춰 볼 시간이 되었다.

      다른 의미로는 영적인 새해를 준비하는 것처럼, 새해의 결심을 세우고, 과거의 결점을 청산하며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재의 수요일을 준비한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하느님과의 더욱 친밀한 관계를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어쩌면 재의 수요일에 교회를 찾아오는 이유에 대하여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저 그곳에 가야하기에 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재를 머리에 얹는 진정한 의미가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들의 날들 가운데 가장 기쁜 부활절을 향한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재는 바람에 날아가 버리고 의무적인 행위로 자위를 하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기도)

      주님의 날이 다가온다. 정녕 그날이 가까웠다.

      주 너의 하느님께 돌아오라. 자비와 은혜로우신 너의 하느님께 돌아오라.

      분노에 더디시고, 한결같은 사랑이 넘치시는 너의 하느님께 돌아오라.


      “그러나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의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요엘 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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