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아침에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 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이마에 재를 얹어 주는 사제의 목소리도
잿빛으로 가라앉은 재의 수요일 아침
꽃 한 송이 없는 제단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삶은 하나의 시장기임이 문득 새롭습니다
죽어 가는 이들을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자기의 죽음은 너무 멀리 있다고만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나도 숨어 있습니다
아름다움의 발견에 차츰 무디어 가는
내 마음을 위해서도
오늘은 맑게 울어야겠습니다
먼지 낀 마음의 유리창을
오랫만에 닦아 내며 하늘을 바라보는 겸허한 아침
하믈을 자주 바라봄으로써
땅도 사람도 가까워질 수 있음을
새롭게 배웁니다
사랑 없으면 더욱 짐이 되는 일상의 무게와
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조차
담담히 받아들이는 일
이 또한 기도의 시작임을 깨닫는
재의 수요일 아침입니다
-이해인 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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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도 당신 눈에는
천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마치 한 토막 밤과도 비슷 하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당신이 앗아가면 그들은 한바탕 꿈 아침에 돋아나는 풀과도 같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서 말라버리 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사람은 진흙으로 돌아가게 하시며 인간의 종락들아 먼지로 돌아가라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주여 당신만은 영원히 계시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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