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ss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12월 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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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창세 3,9-15.20 에페 1,3-6.11-12 루카 1,26-38

       

      예수님을 위한 완전한 궁전

       

      ‘과연 이것을 어디에 쓸까?’ ‘무엇에 쓸까?’ 하는 정도의 고백을 할 때가 온다. 이것은 마치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을 차려놓고서는 문화적 겸양의 표시로 ‘차린 것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내가 하는 혹은 해야 할 일이 하찮아 보이는 일처럼 보이더라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온전히 주님께 내어 맡기는 경우에 고백하게 되는 표현이다. 이것은 제자들을 통해서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사건 속에서도 나타났고, 오늘 마리아의 고백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가 내어 놓은 것을 예상하지도 못할 만큼 충만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으로 나타난다.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과 방법이 참고, 극기하고, 십자가를 지며, 기도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에게 나눌 수 있는 에너지를 찾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새롭게 되새겨보는 것이다. 마리아가 하느님으로부터 받게 된 메시지는 자신을 위한 메시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 자신만을 위해서 충만하게 은총이 주어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온갖 영적 축복을 내리시려는 계획이었다. 우리가 그분을 통해서 당신의 자녀로 태어나기를 바라신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통하여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고 그 영광을 찬양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으뜸으로 하여 신비체를 이루며, 그분의 영광의 한 몫을 차지하게 될 것임을 알려주신다. 이로써 우리도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의 모습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죄가 인간의 탓 돌리기에서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그 모든 것을 회복시키는 순종과 받아들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허점 혹은 빈틈이 있기에 매력이 있고, 내용물을 담을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여백의 미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의 자세는, 우선적으로 주님의 말씀을 담을 수 있는 의지와 주님의 계명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지혜로써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주님의 향기로 가득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에게 충만한 은총이 넘쳐흐르게 될 것이며,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제는 우리가 주님의 거룩한 성전으로써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소중한 도구라는 것을 고백해야 할 순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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