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ss 연중 제20주간 수요일(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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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판관 9,6-15 마태 20,1-16

      당신께 다가오는 이들에게 베푸시는 은총

      하느님의 계산에 인간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오늘 보게 된다. 하느님보다는 주변의 모습처럼 왕을 원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지도자들이 그러하고, 아침부터 계약으로 일을 한 사람들이 나중에 온 사람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자 포도밭 주인에게 따지는 모습도 그러하다. 자신들의 처지는 돌아보지 못하는 부족한 인간의 됨됨이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들어 높일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제일 높게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목격하게 된다.

      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의 합격을 위해서만 기도하게 되고, 입사를 앞둔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그 자리에 적격자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경쟁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얼마 전 한 신자로부터 ‘스펙(specification)’이 뭐냐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출신 학교와 학점, 토익 점수와 자격증 소지 여부,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의 유무 등을 종합해서 줄여서 표현하는 말이다. 즉, 대학교 생활을 통해서 쌓은 것은 자신의 외적 조건의 합산이라는 표현 외에 다른 말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진정한 자신의 가치나 학문적 열성이 아닌 오직 돈과 일자리를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는 어리석음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모습도 이런 기준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누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적합한 모습을 증명할 수 있으며, 그 삶에 대한 하느님의 결정은 어떠할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가치를 망각하고 눈앞에 펼쳐지는 어떤 자리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려는 세상의 모습에 오늘 요탐의 이야기를 통해서 깊이 묵상해본다. 아울러 당신의 부르심에 언제든 응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포도밭 주인의 모습을 통해서 하느님의 은총을 살아가는 모습을 점검해본다. 내가 하느님의 뜻을 앞서 교만해질 수 없다는 것이 어제에 이은 첫째와 꼴찌의 모습이라는 것을 되새겨 본다. 모두가 하느님의 식탁에 초대를 받았으며, 그분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충만하게 보상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하느님의 눈에는 우리가 똑같기 때문이다. 그분의 마음은 한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적인 생각이 스며들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그분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을 늦게 해도 괜찮지 않은가? 혹은 지금은 조금 엉망으로 살아도 나중에 회개하면 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인간의 버릇과 습관 그리고 유약성은 쉽게 벗어나기 힘든 덫과 같다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면, 그 순간을 누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며, 그리고 그것이 일회적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겠는가? 자신에게 주신 품삯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그분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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