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oses_nanum 아름다운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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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 <가을>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 <아름다운 기도> –송길원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 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 형이다.

      새벽 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 올빼미 형이다.

      밤새 부엉부엉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 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제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 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 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style)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 다 날아가고

      뭐 땜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확 부어버려.

      맹물 부어줄까 그래.

      거기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성경책까지 들이밀었다

      “여보, 예수님이 부활만 하시면 됐지,

      뭐 때문에 그 바쁜 와중에, 아마포와 수건을 개켜 놓고 나오셨겠어?

      당신같이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에게,

      정리정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으셨던 거야

      그게 부활의 첫 메시지야 당신 부활 믿어. 부활 믿냐고?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세울 때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 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
       이놈아 안 되니까「붙여 놓은 것」아니냐 ”
      .
      .
      .
      .

      너무 큰 충격이었다.

      생각의 전환, 그렇게 나 자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gift)는 무얼까?

      하지만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은사를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이를테면,

      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 나뒹구는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정리정돈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하느님은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박박 긁어 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무기로 사용하라는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섬기라고」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 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한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 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제 태도가 바뀌었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 내가 다가가 물었다

      여보, 이거 다 썼어? 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을 칠 때는 전혀 꿈쩍도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 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던지,

      이제는 날 더러 뚜껑 좀 열어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變化).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제가 젊었을 때는 하느님에게,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평안히 살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늙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저는 저의 우둔함을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저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제 인생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이렇게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을 변화 시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변하는 것임을.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불평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순간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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