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 남편을 둔 아내가 있었습니다.
신문기자였던 남편은 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다 잃었지만
집에서 고정 칼럼을 써서 신문사에 보내는 일을 계속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걸려 넘어 지기라도 할까 봐
집안의 모든 물건을 언제나 제 자리에 놓아 두었고
남편은 시각장애인 특유의 직감으로 모든것을 혼자서 해 낼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을 단련했습니다.
그날도 남편은 늦도록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잠자리를 준비한 아내는 침대에 누워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침대옆 서랍장이 남편의 얼굴을 반 쯤 가리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서랍장을 옆으로 한뼘정도 밀어놓고 남편을 바라 보았습니다.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에 비로서 잔잔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아내는 졸음이 몰려 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기사작성을 끝낸것은 한밤중이었습니다.
“아 ~ 피곤해..” 남편도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 누웠습니다.
여느때처럼 아내옆에 누운 남편은, 불현듯 서재의 불을 끄지 않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곤히 잠든 아내를 깨워서는 않된다는 생각에
살며시 일어난 그가 막 걸음을 옳기려는 순간,
그만 꽝~ 하며 서랍장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눈 앞에 불이 번쩍하고, 온 몸에 뜨거운 물을 뒤집어 쓴듯한 느낌과 함께
바닥으로 고꾸라졌습니다.
안경과 스탠드가 깨지는 소리에 놀란 아내가 벌떡 ~ 일어났습니다.
“여보- 무슨 일이예요 ?” 놀란 아내가 남편을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습니다.
“으 ~ 괜챦아 ~” “이 피 좀봐.. 피…”
구급차가 달려오고, 병원으로 실려 가 응급치료를 받은 뒤에야
아내는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울먹이며 말 했습니다.
“여보 ~ 미안해요. 제 실수예요. 서랍장을 약간 옮겼는데…그만…”
……
……
……
……
며칠동안 병원신세를 지고, 퇴원하는 차 안에서
남편은 눈을 비비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왜요 , 눈이 이상해요 ? 다시 병원으로 갈까요 ? “
“아니, 그게… 보이는 거 같애… 여보..”
아내는 너무나 놀라 길가에 차를 세웠습니다.
분명히 남편은 아내 얼굴이 뿌옇게 보인다고 했습니다.
” 여보, 당신이 보인다구 ! ” …. “여~보 !”
아내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남편의 사랑스런 얼굴이 보고싶어
서랍장을 밀어놓은 아내의 깊은 사랑이
믿기지 않는 기적을 낳은 것입니다.
< 다니엘 퍼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