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rathon 아내의 눈물

Viewing 1 post (of 1 total)
  • Author
    Posts
  • #16527
    정하상성당

      오늘,  백화점에서 옷을 하나 봐둔게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거 있지….”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느닷없이 옷 이야기를 꺼냈다.
      “정말 괜찮더라, 쎄일이 내일까지던데..”
      이렇게 말끝을 흐리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금까지 쥐꼬리 월급으로 살림을 꾸려 온 아내였지만
      힘들게 야근까지 해 가며 애를 쓰는 남편을 생각한다면
      철없이 백화점 옷 얘기를 그렇게 해도 되는건지 점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도
      “조금 비싸긴 하지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 되겠지 ? “
      “이 여자가 정말….”
      “지금 우리가 백화점 옷 입을 때야? “

      계속되는 옷타령에 남편은 결국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흠칫 놀란 아내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조금 민망해진 남편은
      더 이상 TV앞에 앉아 있기가 불편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만한 일로 소리를 지르다니…”
      남편이 되어 가지고 겨우 옷 한벌 때문에 아내에게 화를 내었다는 게 챙피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몇 년째 변변한 옷 한벌 못 사 입고
      적은 월급을 쪼개 적금이랑 주택부금이랑 붓고 있는 아내가 아니던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꼼짝을 않는 아내가 걱정이 돼
      거실에 나가 보니 소파에 움크리고 잠이 들었다.
      울다가 잤는지 눈이 부어 있었다.

      다음날,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침상을 차리고 있었다.
      자분자분  이야기를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아내를 보고도
      남편은 따듯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쉽지않았다.

      그저 현관 문을 나서면서 이렇게 툭 던질 뿐,
      “그 옷 그렇게 맘에 들면 사….”
      그러면서 속으로는 ‘ 며칠 더 야근 하지 뭐’

      그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 서는데
      아내가 현관까지 뛰어 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빨리 들어 와 봐요.”
      “왜, 왜 이래 ?”
      아내는 남편의 팔을 끌고 방으로 데려 가더니, 부랴부랴 외투를 벗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쇼핑빽에서 옷을 꺼내 남편의 뒤로 가 팔을 끼우는게 아닌가.
      “어머 딱 맞네 ! 색갈도 딱 맞고…”
      “……”
      “역시 우리 신랑, 옷걸이 하나는 쥑인다.”
      “당신, 정말…”
      “당신 봄쟈켓 벌써 몇년째쟎아.”
      아내는 이렇게 말 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니…
      ………..

      주루룩,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
      ………..
      ………..

      <펌>

    Viewing 1 post (of 1 total)
    • You must be logged in to reply to this top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