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전통에서의 묵상인 되새김
수도자들은 성경을 끊임없이 읽고, 듣고, 기억하며, 그것을 반복적으로 되씹음으로써 성경 말씀에서 충만한 영적 자양분을 얻었다. 이러한 과정을 가장 잘 묘사한 단어가 바로 반추(ruminatio)이다. 이것은 마치 소나 낙타가 음식을 대충 저장하였다가, 그것이 살과 뼈에 스며들 때까지 그것을 천천히 되새김하는 것과 같다. 즉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경 본문을 되씹음으로써 하느님 말씀을 맛보고 또한 그 본문의 깊고 충만한 의미를 깨닫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특히 이러한 되새김은 수도 전통 안에서 상당히 중요한 영적 수행 중 하나였다.
사막의 교부였던 마카리우스 압바는, 우리 모두 되새김하는 양과 같이 음식을 계속 되씹음으로써 그 음식의 달콤한 맛을 보게 하여서, 마침내 마음 가장 깊은 곳으로 그 음식을 집어넣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파코미우스 성인은 각자의 소임지에서나 혹은 혼자 있을 때나 언제나 성경 말씀이 수도자들의 마음 안에서 계속 암송되기를 바랐다. 성 파코미우스의 제자였던 호르시에시오스도 수도원 어디에서든지 성경 말씀을 암송하는 수행이 멈추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였다. 성 히에로니무스 역시 그리스도인들은 끊임없는 독서와 반복적인 묵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그리스도의 서고(書庫)로 만들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요한 카시아누스는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암송인 묵상이 우리 마음을 채우고 우리를 형성할 때까지 스스로 열심히 수행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여기에서 언급되고 있는 묵상은 말할 것도 없이 되새김 수행을 의미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이 매일 빵을 먹듯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우리는 복음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자들이 일하는 중에도 시편을 낭송하고, 하느님 말씀에 대한 되새김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였다. 체사리우스 주교는 『수녀들을 위한 규칙서』에서, 식당이나 일터에서 공동 독서가 끝나더라도 수도자의 마음에서는 되새김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성 안셀모는 되새김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아주 자세히 묘사하였다.
“당신은 그분 말씀의 벌집을 씹고, 그 맛을 빨아들여라. 그것은 그 어떤 수액보다도 더 달콤하다.”
그 어떤 수액보다도 더 달콤한 하느님 말씀의 벌집을 되새김 수행을 통해 씹고 빨아들이라는 권고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끊임없이 성경 본문을 암송하고 되씹음으로써, 헛된 세상의 가치에 휩쓸리지 말고 온갖 유혹에서 자신을 지키어, 하느님 말씀 안에 온
전히 머물러야 한다. 이미 고인이 되신 장익 주교님은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성경은 안경을 쓰고 들여다보는 책이 아니라, 씹어 먹어야 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여유 있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닙니다. …고대 채록자들 역시 생활이 바
빴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으로 알아듣고 구원을 찾았던 이들입니다.”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출처 : 인천교구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