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ission 수도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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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교육분과

      천천히 소리 내어 읽고 들으라

      현대의 영성가 중의 한 분인 오스트레일리아의 트라피스트 수도승 마이클 캐시(Michael Casey)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경 독서는 마치 시집을 읽는 것과 같다. 우리는 성경 본문을 천천히 읽고, 우리가 읽은 것을 맛보고, 그 본문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길 필요가 있다.”
      즉, 성경을 재빨리 읽지 말고 시집을 읽듯이 천천히 소리 내어 하느님 말씀의 의미를 음미하며 읽으라는 권고이다.

      독서학에서는 색독(色讀)과 체독(體讀)을 구분한다. 색독이란 표현된 글의 문자적 의미만 읽는 것을 말하지만, 체독이란 표현된 것 이상의 내포적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며 읽는 것을 말한다. 즉 책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천천히 올바르게 읽고, 또한 온몸으로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수도 전통에서 전해준 렉시오 디비나에서의 독서는 바로 이렇게 꼼꼼히 온몸과 마음으로 성경을 읽는 체독의 경지를 말한다. 체독의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성경을 읽을 때, 천천히 글의 의미를 음미하면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사실 천천히 읽는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오늘날 모든 것이 자의든 타의든 빨리빨리 움직여지고 있으며, 심지어 가만히 있어도 ‘빨리! 빨리!’ 문화에 휘둘려 들어가게 된다. 인간에게는 생체 리듬이 있다. 걷는 것이나 먹는 것을 평상시와 달리 빨리하게 되면 신체 기관이 즉시 거부반응을 보여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을 빨리 읽는 것은 그렇지 않아서 막을 수가 없다. 책을 재빨리 읽는 사람은 좋은 책을 천천히 읽어 나갈 때의 묘한 힘과 지혜를 결코 발견할 수가 없다.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인 퇴계 이황은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점은 반드시 성현의 말씀과 행동을 마음으로 읽되, 푹 잠겨 그 참뜻을 구해야 한다. 설렁설렁 넘어가고 벙벙하게 외울 따름이라면 귀로 듣고 입으로 옮기는 쓸데없는 재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참으로 책을 잘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아주 천천히 읽고, 그리고 아주 느릿느릿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렇게 천천히 읽다 보면 가끔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문득 황홀한 기분에 젖어 들어갈 때가 있다. 만약 빨리빨리 건너뛰면서 읽는다면 우리는 단 몇 분, 몇 초의 이러한 기쁨조차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바쁜 일상에서 천천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책 자체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 말씀인 성경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서 참된 맛을 한껏 맛볼 수 있고 혹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고대 수도자들의 독특한 독서 방법은 성경의 참된 맛을 어떻게 맛볼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던져주고 있다.

      -허성준 가브리엘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출처 : 인천교구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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