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22,3-16 마르 16,15-18
하느님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개과천선이라고 했다. 자신의 모습을 어느 순간 깨끗이 고치고 씻어서 착하게 선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이다. 흔히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을 때가 되었다고도 하고, 철들면 죽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지인은 사람은 누구나 철학적 사고를 하고 살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철든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과연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준비하시는 주님의 뜻에 순명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어떻게 깨닫고 실천해야 할지 두려움도 생기지만 그분께서 이끄시는 길에 최선의 응답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바오로 사도 역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음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그분의 목소리에 이끌려 하나니아스를 만나고 복음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음을 깊이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해보자.
자신이 옳다고 느끼며 살아가던 모습 속에서 힘겨운 몫을 만나거나 그와 반대로 회개해야 할 부분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삶의 십자가를 운운하면서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사실 그 순간이 은총의 때라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십자가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 사람에게는 십자가조차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삶의 무수한 십자가를 통하여 우리에게 다가오는 큰 기쁨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 삶의 모습이 갑자기 하느님의 모습으로 바뀌는 것이 아님에도 하느님의 능력을 깨닫고 그분께서 이끄시는 길에 응답하는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게 하는 힘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일의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자의 역할을 할 뿐이다. 진정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켜 주시는 힘은 하느님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고 오늘 바오로 사도의 개종을 통한 우리의 변화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알려진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그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배척할 것인가? 그 누구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놀라운 작용에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모습 가운데 어떤 부분을 사용하셔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게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도 격려와 도움이 되도록 살아가야 할 것이다. 바오로 사도에게 회색 혹은 중도의 삶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이루어 낸 많은 작품들과 이방인들에게 전한 선교는 그 자신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령과 하느님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가 행하는 것들이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진정 하느님의 손길을 체험하고 고백하며 살아가는 참된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것에 미치는 하느님의 손길에 믿음으로 응답하는 하루가 되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