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민수 21,4-9 복음 : 요한 8,21-30
지난 후에 남는 것
‘배변’후 자신의 뒤를 돌아보는 것이 생물의 자연적인 반응인 것 같다. 무엇을 먹는지 알고 있는 듯 느껴지지만 진정 무슨 작용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안에서 들어가고, 소화되고, 배출되는 것을 알기를 소망해 본다. 신앙의 요소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나 자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자랑스러움, 기쁨, 슬픔, 부끄러움, 등등의 감정들이 교차되지 않을까? 그런데 ‘불만’이 가득하다면 어떤 결과들이 생겨날지 생각해보고, ‘감사’가 가득하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간혹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관성이라고 해야 할까? 타성이라고 해야 할까? 봉사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봉사자가 아닌 드러내는 사람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다보니 예수님을 간판 정도로 내세워 놓고 실상 주님의 영광을 추구하지 못하는 모습들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간 뒤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얼마나 조심스럽고 내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일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예수님을 들어 올린 후에야 사람들은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도 주님을 외면하고, 거부하고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을지 모른다. 삶이 힘들고, 환경이 어려워서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안에 가득한 주님의 은총을 우리가 거부할 수 없듯이, 주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이 악취가 아니기를 바라며, 오히려 주님의 향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