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완주하는 방법 – 김연수 (소설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먼저 1천미터를 달립니다.
힘들지 않다면, 한 번 더 1천 미터를 달려보세요.
이제 그렇게 41번만 더 달리면 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할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인생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에베레스트 등정도 내딛는 첫 발자국이 있어야 합니다.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목표를 이뤄가다 보면 언젠가 큰 꿈도 이룰 수 있습니다.
가수가 되겠다면 당장 노래를 부르세요.
소설가를 꿈꾼다면 볼펜이라도 하나 집어드세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불가능한 일을 뜻하는 건 아니니까
앗, 그런데 뭔가 빠뜨렸군요.
그건 바로 현실이라는 것.
우리가 디디고 선 이 세계
중력의 법칙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진행
예컨대 사과는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거나,
예컨대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릴 수는 없다거나…
그와 마찬가지로
너는 장애인이니까,
좋은 대학을 안나왔으니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니까,
뚱뚱하고 못 생겼으니까
원래부터 안 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
그런게 바로 현실입니다.
현실 앞에서 우리 꿈은 보잘 것 없습니다.
실패한 자들을 위해서, 마라톤을 완주하는 방법을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1천 미터 씩 35번쯤 달리면 누구나 벽을 만납니다.
처음 나간 대회에서 저도 그 벽을 만났습니다.
온 우주가 저 하나 완주하는 걸 막기 위해서 밀어내는 느낌이더군요.
야속했어요.
저 하나 완주하는 걸 막기 위해서, 온 우주씩이나 나서다니
포기할 수 밖에요.
그 다음 몇 달 동안,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그 벽을 통과하는 지 살펴보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방법은 단 하나뿐이더군요.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것 !
그냥 뚫고 지나가는 것 그게 제일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
지나간 뒤에야 저는 그런 벽이 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그러니 멈추지 마세요.
계속 달리세요.
벽을 만나면, 뚫고 지나가세요.
곽인근 다니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