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rathon ‘러너스 하이(Runners’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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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아침 저녁으로 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흔히 달리기는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보약’이라고 한다.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너무 단순해 웬만한 의지 없이는 계속하기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는 달리기의 매력과 효과를 오해한 것이다. 시월 상달, 가을의 정취를 온 몸에 담으며 공원이나 거리를 힘차게 달려보자.

      달리면 행복해져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30분 정도 지나면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기분도 좋아져 어디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런 기분에 대해 혹자는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하고, 혹자는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도 한다. 이런 기분을 스포츠의학 용어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또는 ‘러닝 하이(Running High)’라고 하며, 헤로인이나 모르핀 등 마약을 투약했을 때 느끼는 의식상태나 행복감과 흡사하다고 한다.

      이 용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J 맨델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사용됐다. 맨델은 러너스 하이에 대해 ‘30분 가량 계속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면서 리듬감이 생긴다. 그리고 나서 곧 피로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야릇한 시간’이 온다. 주위는 굉장히 밝고 색깔이 아름답고…몸이 세상에서 분리돼 유영하는 느낌이 든다. 만족감이 몸 속 깊은 곳에서 넘쳐난다.’고 표현했다.

      맨델의 논문이 발표된 후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는 운동 시간과 강도, 방법 등에 대한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또 뇌 속의 화학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를 밝혀내 행복감의 매커니즘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일부 학자는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화학적 전달물질인 오피오이드 펩티드에 주목한다. 운동을 하면 오피오이드 펩티드가 다량 분비되면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피오이드 펩티드는 아편, 모르핀, 헤로인 등 마약과 구조와 기능이 매우 흡사한 물질이다.

      또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화학물질인 모노아민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운동을 하면 대표적인 모노아민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의 농도가 흐려지면서 우울증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달릴까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코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의학자들은 헬스클럽의 러닝머신이나 아스팔트 포장도로 위를 달리면서도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으나 가급적 불쾌한 장소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숲길, 둔치 등 쾌적한 환경에서 달릴 때 몸속의 생물학적 반응이 제대로 나타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 속도는 조금 힘겹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느리거나 빠르면 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평소 심장박동수가 낮은 사람이라도 1분에 120회 이상은 되어야 한다. 또 개인별로 다르지만 보통은 30분 이상 꾸준히 달려야 러너스 하이를 경험할 수 있다.

      초보자가 처음부터 기쁨을 얻기 위해 달리는 것은 금물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이다.

      – 이 수일 마루치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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