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Mass 대림 제3주일(12월 12일)(자선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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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하상성당

      이사 35,1-6.10 야고 5,7-10 마태 11,2-11

       

      인내와 끈기로 구세주의 재림을 기다리자

       

      시카고에는 산이 없다. 그래서 운동을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다. 단순히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도 아니다. 산에 오르면 내가 지금 어디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서는 ‘이렇게 좁은 세상에서 아귀다툼을 하면서 살아가다니’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땅에 발을 디디고 있으면, 아주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마음이 상처받고 닫힌다. 또 작고 어설픈 일들을 포장하면서 우쭐해지거나 떠벌이기 십상이다. 남들이 알아줘야 하며 도움을 주었는데 고맙다는 표현을 받지 않았다면 서운해지기 일쑤다. 제일 큰 어리석은 중 하나는 자랑하다 못해 뻐기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들 즈음에 야고서 서간은 이렇게 가르친다. “주님의 재림 때까지 참고 기다리십시오. 땅의 귀한 소출을 기다리는 농부를 보십시오.”, “서로 원망하지 마십시오. 그래야 심판받지 않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말한 예언자들을 고난과 끈기의 본보기로 삼으십시오.”

      우리가 무엇인가를 참는 이유는 소출을, 열매를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조급함을 누르고 은근과 끈기로 지금껏 행했던 모든 일들을 계속하는 것이다. 자신의 노력이 어떠했는지를 과시하지 않고, 제때에 자연의 도움을 요청하되 순리에 맞추어 노력하는 농부의 마음을 내 삶에 새겨보는 것이다. 누구를 탓하기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결실을 이루도록 살아가는 농부의 마음을 본보기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서 기적을 보여주신 분은 아니다. 그분은 믿음과 간절한 기도 속에서 기적을 이루어주신 분이시다. 무슨 일이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우리의 모습에 굳세어지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시다.

      세례자 요한이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질문한 내용은 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일정부분 세례자 요한에게 확신으로 심겨질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는 언제든지 자신의 사명, 곧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에 충실하였고, 요르단 강에서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 때 그분의 신원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자들을 통하여 질문한 내용은 그를 따르던 제자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제자들은 이사야 예언서를 인용하여 증명하시는 예수님의 삶을 보고 들은 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로써 세례자 요한의 임무는 완결되는 것이다. 물론 그에게 남은 또 다른 인내가 필요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지상의 사람들이 바랐던 메시아의 모습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기 위해 오셨다. 그분께서는 금으로 치장된 왕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유다와 갈릴레아 근방의 작은 도시들 속으로 오셨다. 귀족 가문 속에서 치장하지 않으시고 평상시 사용하던 샌들을 신고 다니셨다. 보물들 속에서 평화의 왕으로 오신 것이 아니라 그분을 믿는 사람들의 마음과 심장 속에 오셨다. 이 모든 일들은 당장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작은 씨앗과 같이 다가오신 주님과 그분의 뜻을 우리가 성장시키고 완성시키기를 바라신 것을 깨닫고 오늘도 인내와 끈기로 주님의 재림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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