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라고 하신 말씀은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예수님께서 던지신 출사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씀 안에서 우리는 예수님의 굳은 결의를 엿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감당해야 할
갖은 비난과 위협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기 위하여
내가 대신 갇히겠다는 것이고, 눈먼 이들을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결국 내가 대신 세상에서 억압받으며, 하느님께서 하시는 그 일을 내가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역시 새해를 시작하며 나름 비장한 결심들을 했을 것입니다.
그 결심들은 내가 무슨 큰 일을 계획하고 이루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나의 선한 의지에 내포되어 있는 희생에 대한 각오입니다.
예를 들어, 더 많이 사랑하겠다는 것은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것이고,
내가 어디에 더 열심히 투신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가진 것을 더 내어 놓겠다는 것이며,
용서하겠다는 것은 더 깨끗이 잊어버리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내가 참고, 지고, 죽을 것에 먼저 우리의 마음을 묶어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들이 품은 결심들 중의 한 가지라도 실행시킬 수 있으며, 그래야 입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좋은 사람, 마음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손발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좀 더 죽을 마음으로, 손해 볼 각오로 그리고 참고 지고 사라질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분명 놀라운 일들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이 바로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선한 의지들이 더욱 더 굳건해 질 수 있도록 성령님께 의탁하는 매일 매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 성바오로 수도회 익명의 수사님 –